불기 2568. 10.25 (음)
> 종합 > 기사보기
화엄경 입법계품 <40>
육향 장자의 법문

선재동자가 다음으로 찾아가는 선지식은 남쪽 광대국(廣大國)이라고 하는 나라의 향을 파는 장자(육향 장자)인데, 그 이름이 우발라화(優鉢羅華 : 靑蓮華)라고 한다.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아 이제는 세속적인 욕망에도 집착하지 않고 오직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불국토를 깨끗이 하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모든 보살의 공덕바다를 닦아 모으며, 모든 겁마다 큰 서원으로 보살행을 닦기를 원하는 등 이와 같은 모든 불보살의 공덕을 일심으로 구하게 되었다. 육향 장자를 찾아가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서 일체지(一切智)의 지혜를 내는 법을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여 알며, 모든 향을 조화하여 만드는 법을 안다. 이른바 모든 향, 모든 사르는 향, 모든 바르는 향, 모든 가루향이며 이런 향이 나는 곳도 안다.
또한 병을 다스리는 향, 나쁜 짓을 끊는 향, 환희한 마음을 내는 향, 번뇌를 늘게 하는 향, 번뇌를 없애는 향, 함이 있는 법(有爲法)에 애착을 내게 하는 향, 함이 있는 법에 싫은 생각을 내게 하는 향, 모든 교만과 방일을 버리는 향, 마음을 내어 염불하는 향, 법문을 이해하는 향, 성인이 받아 쓰는 향, 모든 보살의 차별한 향, 모든 보살의 지위의 향들을 잘 분별하여 안다. 이런 향의 형상과 생기는 일과 나타나고 성취함과 청정하고 편안함과 방편과 경계와 위덕과 작용과 근본의 모든 것을 내가 다 통달하고 있다.
선남자여, 인간세상에 향이 있는데 이름은 상장(象藏)이다. 그 향기를 맡은 중생은 몸과 마음이 쾌락해지며, 병환이 침노하지 못하고 모든 근심이 없어져 인자한 마음으로 서로 대하고 뜻이 청정하여 진다. 나는 그것을 알고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다.
마라야산에서는 전단향이 나는데 이름은 우두(牛頭)이다. 몸에 바르면 불구덩이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다. 바닷속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무능승(無能勝)이다. 만약 북이나 소라에 바르면 소리가 날 적에 모든 적군들이 물러간다. 아나바달다못가에서는 침수향이 나는데 이름은 연화장(蓮華藏)이다. 그 향의 한 개를 삼씨만치를 태워도 향기가 염부제에 풍기며, 중생들이 맡으면 모든 죄를 여의고 계행이 청정하여진다. 설산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아로나니라 한다. 중생이 이 향을 맡으면 마음이 결정되어 물드는 집착을 여의며, 내가 법을 말하면 때 여읜 삼매(離垢三昧)를 얻지 못하는 이가 없다. 선법천(善法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정장엄(淨莊嚴)이다. 한 개만 피워서 풍겨도 여러 하늘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생각하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향을 화합하는 법을 알 뿐이다.”
육향 장자의 법문은 향 만드는 법에 관한 것이다. 육향 장자는 향에 관한 전문가이다. 그는 세간의 여러 가지 향 외에도 병을 다스리는 향, 나쁜 짓을 끊는 향, 모든 교만과 방일을 버리는 향, 마음을 내어 염불하는 향 등을 알고, 그것을 조화(調和)하는 법, 형상, 생기는 법 등을 알아서 청정하고 평안한 방편의 경계를 성취한다고 한다.
선재동자가 변행 외도의 가르침에 따라 육향 장자를 찾아가는 도중에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불국토를 깨끗이 하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원하는 등 열한 가지 원을 일으키는 것은 보살행이 열 가지 바라밀행에서 회향(回向)으로 전환해 나아가는 것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회향의 성격이 원심(願心)으로서 대원(大願)의 으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향이 향으로 상징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향이라고 하는 것은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것이면서도 여러 가지 좋은 기분과 분위기를 조성하여 온갖 선을 일으키게 하고 악을 없애는 기능을 한다. 대원(大願)의 회향이라고 하는 것도 또한 구체적인 실체가 없으면서도 한량없는 선근을 일으켜서 한량없는 지혜의 구름을 일으키고 희고 깨끗한 법우(法雨)를 내리며, 한량없는 자비행을 행해서 중생을 교화하여 괴로움을 없애게 하고 보리심을 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대원의 회향의 향은 지혜와 자비를 융화해서 무애자재한 진리의 세계에 들어가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을 설하고 있는 육향 장자의 이름은 우발라화(청련화)이다. 그것은 보살이 대원의 회향력을 지님으로해서 생사의 진흙 속에서도 부처님의 경계를 꽃피울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살고 있는 나라의 명칭이 광대(廣大)인 것 또한 회향의 원행(願行)이 광대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10-08
 
 
   
   
2024. 11.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