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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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사찰 만들기’ 토론회
사찰환경문제는 불교정신의 위기


두레생태기행과 맑고향기롭게는 9월 30일 서울 길상사에서 ‘숲과 함께 하는 생태사찰 만들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30여명의 불교환경 운동가가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조계종 기획실장 현고스님의 ‘불교와 생태환경’을 주제로 한 강연과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소장의 ‘사찰생태 현황’에 대한 발제,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정리=박봉영 기자>


▧ 현고스님(조계종 기획실장)
스님대상 환경교육 강화해 의식개혁을

불교의 자비실천 사상은 인간해방, 사회공동체, 생명공동체, 가치 갈등해소를 지향한다. 이 가운데 생명공동체 사상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와 자연의 인간에 대한 보복을 지양하고, 인간과 자연의 화해와 상호작용능력을 키우는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불교환경운동은 이같은 생명공동체 사상을 근간에 두고 있으며, 인간중심주의, 서구 지향주의, 물질 지향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특히 종교의 세속화, 상품화에 대한 반성과 개인주의의 한계를 극복해 생명공동체를 회복하고 생태질서와 환경권을 보호 받기 위한 자구책이다. 또 자본주의와 과학기술주의로 빚어지는 환경 파괴와 공해, 생태계 혼란을 바로 잡고 생명과 물질을 동일시한 오류를 시정하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빈곤과 산업화의 시대는 이제 보다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환경과 문화를 중요시하는 시대로 변화되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불교환경운동은 환경권과 문화향수권을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의 화해, 평화를 위한 것이며, 동시에 자기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늘 주제인 ‘생태사찰 만들기’는 불교계 내부로부터의 환경운동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무리한 대형불사와 오폐수 등으로 인해 야기됐던 사회적 비난을 해결하는 첫 걸음인 것이다. 사찰 스스로 친환경적인 불사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사찰을 가꾸어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스님들의 의식 수준은 그리 높지 못하다. 따라서 스님들에 대한 환경교육은 의식개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의식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사찰을 자연과 함께하는 사찰로 가꾸어 나가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재일(사찰생태연구소 소장)
국책사업·불사, 친환경적으로 시행돼야
전통적으로 사찰은 수행처인 동시에 숲을 지키는 산막이었으며, 출가자 또한 숲을 지키는 전령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숲을 위한 사찰과 출가자들의 노력은 이 땅의 자연을 지키는 데 크게 공헌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사찰의 수행환경과 자연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국책사업이 충분한 평가나 국론형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되어 국론분열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사찰의 자연환경이 지자체의 이윤추구의 희생양이 되어 곳곳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도 개발과정에서 초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개발이 거의마무리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대응에 나서는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 지자체는 사찰 주변의 개발을 친환경적으로 해야 하며, 사찰도 불사를 친환경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사찰의 자연환경 문제는 엄밀하게 말하면 자연환경의 위기라기 보다는 불교정신의 위기이다.
자연환경은 스스로 무너지는 법이 없다. 승가의 청정가풍, 재가자의 수행적 삶의 방식이 먼저 허물어지기 때문에 자연이 따라서 허물어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찰안내도와 불사조감도에 주요 동식물 서식처를 반드시 표기하고, 사찰마다 지표종을 정해 그 지역의 환경조건을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찰을 거닐고 싶은 숲이나 산책로를 조성하여 살아있는 생명의 공간으로 가꿔야 한다. 사찰조경을 전통에 의거해 생태적으로 조성·관리,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는 사찰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향이 강하거나 화려한 식물, 외래식물을 심지 않아야 하며, 일본식이나 서양식 조경을 피해야 한다.
이 외에도 대체 에너지 이용, 주변 계곡 보존, 환경교육 강화, 생태사찰 선정, 전통 문화재 보존, 쓰레기 줄이기 등의 작은 실천을 통해 누구나 가고 싶은 생태사찰로 가꾸어 나가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200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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