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우 (취재1부 차장)
지난 9월 19일과 24일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이 두 차례로 나눠 영부인 권양숙 여사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두 스님이 북한산 관통도로 문제와 관련해 불교계 정서와는 전혀 다른 ‘돌출발언’을 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던 한 스님은 “19일 오찬에서 모 스님이 ‘경제가 어려운데 (북한산 문제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24일 오찬에서도 한 스님이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을 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가운데에서도 어른인 모 스님도 최근 종회의원들과의 모임에서 “환경문제 말고 인권 등 사회적 문제가 많은데 왜 그렇게 환경에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구본사 주지와 중앙종회의원은 한국불교의 리더그룹에 속해 있는 지도자들이다. 그런 스님들이 불교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산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는 것은 실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어찌 보면 북한산 관통도로가 뚫리느냐 뚫리지 않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첨예한 현안을 놓고도 힘을 모으지 못하는 불교계의 오랜 병폐를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계를 관통하고 있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고질병’부터 해결할 것을 스님들께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