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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복구현장 봉사자들의 목소리
‘희망 심어주기’ 관심과 동참 필요

제14호 태풍 ‘매미’가 남긴 상처는 4조8천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와 130여명의 인명피해 만이 아니다. 보다 더 큰 피해는 물에 잠긴 집과 들녘을 넋놓고 바라보는 농민들과 보금자리마저 물에 쓸려간 현장에 서있는 서민들에게 밀려드는 절망감이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내미는 구호의 손길은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복구 현장에서 땀 흘린 자원봉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정리=김은경 기자>

여오숙
선재마을의료회 간사

수재민에 웃음 찾아 줘야

수재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보고자 의사와 간호사를 중심으로 22명의 의료봉사팀을 구성, 9월 20일 의령 봉수면 서암리로 황급히 내려갔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 중간중간 태풍 매미가 쓰러트리고 간 처참한 흔적들이 눈앞에 스쳐지나가 우리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서암리에 도착하니 다행스럽게도 군인들의 수해복구 작업으로 마을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가재도구며 집안 살림들이 집밖에 펼쳐진 가운데 반겨주시겠다며 뛰쳐나온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에 가슴이 저며졌다.
그 분들의 얼굴에 근심의 빛을 조금이라도 지울 수 있길 바라며, 우리는 서둘러 마을 노인당에 진료실을 마련했다. 팔, 다리 관절이 아파 절뚝거리시는 분들과 갑작스러운 수해로 놀라신 분들의 몸과 마음을 단 한번의 진료로 치료할 수는 없으나, 그 아픈 가슴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었다.
진료를 마친 후, 도매상과 약국 등의 지원을 받은 파스, 피부연고 등의 의약품과 가재도구 닦을 때 쓰실 퐁퐁을 나눠드리는 것으로 4시간여 동안의 짧은 봉사를 마무리했다.
마을어르신들은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는 않은 우리를 보고 곧 다른 봉사팀이 올 것이라며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태풍피해지역에 대한 관심과 봉사는 2주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 제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지속적으로 모아져 수해민들의 얼굴에서 전과 같은 환한 웃음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기표
조계종 자원봉사단
부산경남 지부장

재정마련과 인력수급 시급
봉사를 하면서 가장 절실한 것은 일손이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사흘 동안 봉사활동에 함께 할 사람을 모으느라 보냈다. 각 사찰마다 전화를 하고 협조를 구해야 했다. 16일부터 지금까지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늘 부족한 것이 인력이다. 다음이 재정의 문제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모든 재정도 인력처럼 그때그때 마련하면서 겨우 봉사단의 활동을 유지시켜 나갈 정도다. 봉사를 하다보면 도움이 필요한 곳은 끝이 없고, 비용과 인력은 텃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재난 앞에 좌절하고 있는 이들에게 부처님의 자비심으로 도움을 주는 일을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긴급 구호활동에 대한 스님과 불자들의 인식전환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그나마 자원봉사단과 같은 불자들의 봉사 조직 발족되면서 일손이 부족과 재정적 어려움 가운데서도 구호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긴급재난구호 현장에서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미미했기 때문이다. 불자들의 봉사활동이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재정적 기반 마련과 봉사 인력 수급이 원활해야 한다. 또한 긴급 상황에 대비한 재정적 기반 마련에 스님과 불자들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 스님들과 불자들의 관심과 동참만이 지금 이 시간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애태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손길이 닿게 하는 방법이다. 후원 및 봉사 동참 (051)506-0146

김용철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자원봉사자

정부의 적극적 대처 절실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찾은 강원도 정선의 한 마을은 매스컴 보도 보다 더 참담한 모습이었다. 하루아침에 집과 논, 밭 등을 수해에 내줘버린 현지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소, 돼지 등의 가축들이 무더기로 폐사됐지만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손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지역에서는 전염병 발생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과 군인, 경찰들이 수해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리고 자원봉사나 생필품의 지원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강원도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해마다 수해가 발생하면 정부의 늦장대응과 안이한 피해복구 지원 비난 대상이 되곤 한다.
올해도 정부의 이런 태도는 수재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남부지방보다 더 빨리 추위가 찾아오는데, 집과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실의는 추위와 함께 더욱 깊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해피해 지역의 현지상황을 시급히 파악하고 피해 복구를 위해 행정상 불필요한 단계를 생략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수재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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