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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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스님의 스님이야기
일운스님

길이 좋아지고 교통수단이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티베트 만큼 멀고 높게 느껴지는 울진 불영계곡. 여름 한철이 끝나면 사람의 발길이 한적해 깊은 오지 같은 곳, 물줄기도 돌아가며 순응하는 천축산 불영사.
그곳에 향기 좋은 적송과 함께 600년 세월 변함없이 도량을 지키는 든든한 은행나무 같은 일운 스님.
몇 년전, 하안거를 나던 도반스님을 만나러 불영사를 찾았다. 나는 가끔 산중에 있는 스님들을 만나며 신선한 기운을 채우기도 하고, 거짓 없이 다 비춰주는 좋은 거울을 삼기도 한다.
그날도 많이 지쳐있던 심신으로 찾아 갔었다. 주말을 그곳 불영사에서 시간을 보내며 달디단 공기와 시원한 물, 밤하늘 총총히 빛나는 별빛이며, 빼 놓을 수 없는 스님들의 청정한 기운으로 지친 마음을 충전하고 있었다.
안거 기간에 선원을 찾을 때는 언제나 조심스럽다. 예민하게 화두 참구에 몰입해 있는 스님들은 주변 모든 것에 다 무관심할 수도 있고, 반면 개미 한 마리 지나는 소리에도, 바람 한 줄기 창호문 스치는 소리에도 민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대부분을 입선에 드는 선원 생활에도 틈틈이 멀리서 찾아온 도반을 챙기던 대훈 스님과 주지 스님 방을 찾았다. 도심에서 방송포교에 애쓴다며 분에 넘치게 맞이해 주시던 일운 스님과 나는 그렇게 인연이 되었다.
향기로운 차를 가교로 수행자로서의 선배와 후배의 마음은 그렇게 오고 갔다. 문중이나 학연을 떠나서 말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수행자들의 바람직한 사상과 21세기 지금 이 시대에 과연 우리 수행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참으로 진지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시간이었다.
한국불교 속에서 비구니로 수행하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도 빼놓지 않았다. 어떤 문제에 대한 비판 이전에 자신의 성찰과 반성이 선행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대화의 뿌리가 되어서 말이다.
스님은 1991년 총무 소임을 시작으로 불영사와 인연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10여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크고 작은 전각들을 도량 규모에 어긋나지 않고 자연 환경에 어울리게 신축과 보수를 거쳐 어엿한 선원 규모를 갖추도록 심혈을 기울여 왔다. 가람수호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인데 수행자의 본분사인 정진의 끈도 늦추지 않고 공부시간을 챙긴다.
가사가 다 헤지도록 절을 하고 또 절을 하며 부처님 가피를 마음 가득 충만하게 하고, 불영사를 찾는 행자와 제자가 된 초심자를 지도하는 일도 게으르지 않는다. 틈틈이 찾아오는 불자들이 부처님 앞에 마음의 문을 열고 갈 수 있도록 좋은 다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루라는 시간을 두 배의 가치로 쓰고 있는 스님이다.
얼마 전에 가까운 불자들과 불영사를 찾았었다.
일운 스님은 누각을 신심으로 가득 채우고 마음의 귀를 열고 있는 불자들에게 “삼독심과 교만심 그리고 의심을 다 내려놓은 자가 대자유인이고, 부처님 법을 알고 실천하며 생활주변에서 진심으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 라고 행복한 대 자유인이 되는 길을 일러주었다.
입을 떠나는 말의 당당함은 사람들 가슴에 새로운 힘이 되었다. 스님이 들려주는 확신에 찬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번뇌를 내려놓을 수 있는 열쇠가 되어 주고, 신심을 키워주는 자양분이 되기도 했을 것이며, 삶이 고단한 사람에게는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주기도 했을 것이다.
아침 공양 끝에 한걸음 한걸음 발끝을 살피며 도량을 다져 밟는 스님의 뒷모습에서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천축산 자락 적송의 당당함을 엿볼 수 있다. 타인의 재능을 아낌없이 칭찬하고 인정하는 마음의 소유자, 어른스님 성심으로 공경하고 후배들에게는 격려의 마음을 아끼지 않고 제자들에게는 엄격함과 자상함이 있는 스님이다.
산야에 존재하는 풀 한 포기도 그 존재의 가치가 있듯이 누구나 존재 가치가 있는 삶을 산다.
우리도 그렇게 수행자로서 존재 가치가 있도록 살피고 또 살피며 수행하자고 말하는 일운스님은 내 마음에 든든한 울타리이다.
■불교방송 ‘차 한잔의 선율’ 진행자
200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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