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중대계란 열 가지의 무겁고 큰 계율이란 의미다. 다른 말로는 금계(禁戒)라고도 한다. <범망경>에서 강조하는 계율인데 <범망경>은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의 불교사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 이 경전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생긴 현상인데 신라시대에는 많은 스님들이 이 경전에 대한 주석을 했다.
계율 조항은 열 가지이지만 전반부의 다섯 가지는 5계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고 뒤의 다섯 가지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다른 점만 소개하자면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말라. 탐내고 욕설하지 마라. 성내지 말고 참회하라. 삼보를 비방하지 마라 등이다.
원래 5계에서 살생하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사음하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는 것 등의 네 가지는 근본 바탕이 되는 계율이라는 의미에서 성계(性戒)라 부른다. 성계라 지칭하는 것은 불교신도든 아니든 관계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키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은 차계(遮戒)라 하는데 이것은 어느 정도의 보폄을 두고 있음을 뜻한다. 즉 취하지 않을 정도라면 경우에 따라 마실 수도 있다. 원래 5계는 자이나교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와 자이나교가 다른 점은 전자의 경우 술을 마시지 말것을, 후자의 경우 무소유를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불교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무소유 보다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십중대계에서 5계는 이미 말한 바와 같으므로 나머지 여섯 번째부터 살펴보자.
‘사부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마라’는 비구, 비구니, 남녀 신도들의 허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여 승단의 화합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제자들은 잘못을 저질렀어도 참회하는 사람은 천번 만번이라도 용서해 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도 타인에 대한 말은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잘못을 보고 모른 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보고도 못 본 척 한다면 그것도 계율을 어기는 것이 된다. 사찰 신도회에서 가장 유념해야 할 계가 이 조항이다.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비방하지 말라’는 교만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계율이다. 부족한 것을 넘친 것으로,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은 척, 모르면서 아는 척 등 척의 문화와 직결되어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대중 생활의 기본은 자신을 낮추는 하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우치고자 한다. 자신을 칭찬하기는 쉽지만 그것은 자신의 발전에는 독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남을 칭찬하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단체의 화합과 원만한 사회생활의 지름길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탐내고 욕설하지 말라’는 몸과 입과 마음의 3업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지나친 욕망은 만 가지 재난이 들어오는 문이란 격언이 있다. 또한 욕설하지 말라는 것은 누군가를 미워하지 말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며, 화가 나지 않으면 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교도가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기실 알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렵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수행을 하라 강조하는 것이다.
‘성내지 말고 참회하라’는 것은 남의 허물을 보기에 앞서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는 것이다. 일체의 사안에 대해 남의 탓을 하지 말고 내 탓이라는 전제에서 참회하는 것은 진정한 용기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기도 하다. 참회란 눈, 귀, 코, 혀, 몸,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즉 몸과 마음이 지극하게 반성하고 자신을 되돌아보아 뼈에 새기는 것이 참회이다. 이러할 때 중생을 사랑하는 무조건적인 자비심이 발생하며, 그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질 수 있고, 부모형제에게 효순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삼보를 비방하지 말라’는 것은 청정한 마음과 생활을 통해 일체의 모든 것들을 포용하고 살 수 있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대승불교에서 부처님은 각자의 내면에 살아 있으며, 그것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수행이라 말한다. 그런 점에서 그런 방법을 가르쳐 주는 가르침을 의심하지 말 것이며, 그런 가르침에 따라 사는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부처님이 각자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것은 일체의 생명체에 대한 경외심을 지녀야 한다는 가르침과 상통한다.
이상에서 열 가지 무거운 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은 모두 생명을 존중하고 자신의 생활을 청정하게 하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고 있다. 무한한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산다는 것은 바로 나의 작은 실천 속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한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