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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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버스 지난 뒤 손 흔들어봐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하라’고 할 정도로 추석은 우리 민족이 가장 즐거워하는 명절이다. 한 해의 성과를 얻고 조상님들께 그 결실을 맨 먼저 올리는 가장 풍요로운 때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이번 추석은 즐겁기만 할 수 없어 안타깝다. 가을에 태풍이 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크고 작은 태풍 피해로 슬픈 일을 겪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온 가족이 모인 명절에 이토록 엄청난 태풍 피해는 처음이라고 한다.
태풍이 처음 우리나라에 상륙한 날, TV의 보도를 보던 선재는 너무 답답하기만 했다. 이제 막 남쪽에 상륙하여 경상도를 통해서 울릉도 쪽으로 빠져나간다는 말은 하면서도, 제주도를 강타한 바람이 사상 최고인 초속 60m라고 하면서도, 정작 한 시간에 42km를 움직이는 태풍이 어느 지역을 지나게 되니 어떻게 대비하라는 말은 없었다. 다급한 ‘뉴스특보’에는 그저 피해 상황이 어떻다는 것을 스포츠 중계하듯 보여줄 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언론이 할 일은 37조도품의 ‘사정근(四正勤)’을 실천하는 일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을 끊는 노력, 이미 생긴 악을 끊는 노력,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을 생기게 하는 노력, 그리고 이미 나타난 선을 증대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특보에서는 그 어느 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을 끊으려는 노력 중에 제 일은 계율을 잘 지키는 일이다. <현우경>에서는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끝내 계율을 범하지 말라. 계율은 도에 들어가는 기초요, 번뇌를 없애는 길이며, 열반에 이르는 길이니라”고 한다. 계율이라고 해서 별 다를 것이 있겠는가. 잘못된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늘 하면서 혹시 있을 앞으로의 나쁜 점을 미리 막고 사는 일이 바로 계율을 지키고 사는 일이다.
예로부터 계율이라는 그릇에 선정의 물이 담겨 있어야 지혜의 달이 비친다는 경구가 있다. 언론이 뒤늦게 모금방송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사전 예방’이라는 계율의 그릇을 마련했어야 할 일이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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