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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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 <38>
부동 우바이의 법문

선재동자는 대광왕으로부터 남쪽의 안주(安住)라고 하는 서울에 있는 부동(不動) 우바이를 찾아가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서울에 이르러 부동 우바이가 있는 곳을 물어보니, 그녀는 집에 있으면서 한량없는 친족들에게 묘법(妙法)을 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집을 찾아가 집안으로 들어서니 금빛 광명이 두루 비치는데, 이 광명에 닿은 사람은 몸과 마음이 청량해졌다. 그녀의 모습을 보니 너무나 고결하여 잠깐 보기만 하여도 모든 번뇌가 저절로 소멸될 정도였다. 이러한 용모 외에도 몸에서는 한없는 광명이 나와서 중생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몸의 털구멍에서는 항상 묘한 향기가 나왔다. 거기에다가 권속은 셀 수도 없이 많고 궁전도 지극히 화려하였다. 선재동자는 이러한 광경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 찬탄하면서 그녀에게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부동 우바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꺽을 수 없는 지혜장(智慧臧)해탈문·견고하게 받아지니는 수행문·모든 법을 평등하게 모두 지니는 문·모든 법을 밝히는 변재문·모든 법을 구하는 데에 고달파하지 않는 삼매문을 얻었다.”
선재동자가 다시 그녀가 터득하고 있는 것들의 경계가 어떠한가를 묻자, 부동 우바이는 자신이 불도를 수행하게 된 인연과 그 과정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지난 세상에 수비(修臂)라고 하는 부처님이 계셨을 때에 나는 국왕의 딸이었다. 밤중에 모든 사람이 잠들어 있을 때 나는 누각 위에서 별을 보고 있다가 허공에 계시는 그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을 보고 예배드리면서, 나는 ‘부처님 세존께서는 어떠한 업을 지었기에 이렇게 훌륭한 몸을 얻었으며, 거룩한 모습이 원만하고 광명이 구족하며, 권속을 많이 두고 궁전을 장엄하며, 신통이 자재하시고 변재가 걸림이 없는가’하고 생각하였다.
그 때 여래께서 나의 생각을 아시고 말씀하시기를 ‘너는 깨뜨릴 수 없는 마음을 내어 모든 번뇌를 없애라. 이길 이 없는 마음을 내어 모든 집착을 깨뜨리라. 물러가지 않는 마음을 내어 깊은 법문에 들어가라. 참고 견디는 마음을 내어 나쁜 중생을 구호하라. 의혹이 없는 마음을 내어 모든 길에 태어나라. 싫어함이 없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 뵈오려는 생각을 쉬지 말라.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을 내어 모든 여래의 법비(法雨)를 받으라. 옳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의 광명을 내라. 크게 머물러 지니는 마음을 내어 여러 부처님의 법륜을 굴리라. 널리 유통하려는 마음을 내어 중생의 욕망을 따라 법보를 널리 베풀라’고 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 계신 데서 이러한 법을 듣고, 온갖 지혜·부처님의 열 가지 힘·부처님의 변재·부처님의 광명·부처님의 육신을 구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이 마음을 낸 후부터는 탐욕을 생각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고 다른 중생에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러 부처님의 바른 법을 한 글자 한 구절도 잊지 않았다. 그 동안에 여러 보살들이 묘한 행을 닦는 것을 보고 한 가지 행도 내가 성취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 또 내가 본 중생들 중에서 한 중생에게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도록 권하지 않은 적이 없다. 선남자여, 나는 그때부터 항상 모든 중생의 번뇌를 없애고, 그들의 좋아함을 따라 몸을 나타내며 훌륭한 말로 모든 중생을 깨우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법을 구하여 싫음이 없는 삼매의 광명을 얻고, 모든 중생에게 미묘한 법을 말하여 기쁘게 할 뿐이다.”
위의 내용은 부동 우바이의 의보(依報)인 거처하고 있는 곳과 정보(正報)인 신체의 용모가 훌륭한 것이 끊임없는 지계·인욕·정진 등의 보살행의 실천으로 말미암아 갖추어졌다고 하는 것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부동 우바이는 다시 자신의 수행의 연기(緣起)로써 자세히 설하고 있다.
부동 우바이는 스스로 보리심을 일으키고 나서 미진수의 겁을 지나는 동안 여러 부처님의 정법을 한 글자 한 구절도 잊지 않고 지니어 왔다. 그리고 그 동안 여러 보살들이 훌륭한 행을 닦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것을 모두 성취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부동 우바이는 싫음이 없는 삼매의 광명을 얻었기 때문에 항상 모든 중생에게 미묘한 법을 말하여 그들을 기쁘게 해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녀가 머무르고 있는 곳의 이름이 안주(安住)인 것은 항상 진실한 법에 의지하여, 외부의 경계에 의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고, 그녀의 명칭이 부동(不動)인 것은 발심한 이래로 무량겁을 지내오면서 세속의 욕심과 성냄과 원한 등에 의해 흔들리는 일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부동 우바이의 법문을 통해 한결같고 굳센 보살의 수행 자세를 배우게 된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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