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발전의 중심에 있어야
인드라망생명공동체(상임대표 도법)는 9월 19일 조계사 불교대학 4강의실에서 ‘사찰과 지역공동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유승무 교수(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와 이향천 한생명 운영위원장은 ‘사찰의 지역사회 활동’과 ‘실상사의 지역공동체 운동’을 각각 주제 발표했다.
정리=남동우 기자
유승무 교수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사찰의 지역사회 활동
사찰과 지역사회는 불가분의 관계 속에 놓여 있다. 세계화 및 지방화가 진행될수록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되면 될 수록 그리고 시민사회가 성숙할수록, 지역사회의 정치경제적·사회문화적 자율성은 확대되고 따라서 지역사회가 사찰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만큼 사찰이 지역사회를 위해서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만약 사찰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회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지역사회활동을 전개해 나가지 못한다면, 그 사찰의 사회적 정당성은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며, 이는 포교의 실패와 해당 사찰의 피폐 및 불교의 저발전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전 세계인을 동일한 사고와 생각으로 몰아가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의 압력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불교의 미래는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사찰의 지역사회활동은 백화점형과 전문점형, 상부상조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백화점형은 2개 이상의 지역사회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전문점형은 전문화되고 특성화된 지역사회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상부상조형은 신도 상호간의 친목도모나 상호부조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각 사찰은 이론적으로나 교리적으로 지역사회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당위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그러한 사회적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근현대 한국불교의 불안정한 역사와 구성원들의 의식구조 및 신행관행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사찰의 지역사회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전통과 관행이 바뀌어야 하고-종단의 안정과 기복신앙의 극복은 매우 긴요한 과제이다-또한 불교인의 의식구조-불교에 대한 관심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별개로 사고하는-가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전통과 관행, 그리고 의식구조가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라도 사찰의 지역사회 활동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각 사찰에서 지역사회 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활동의 이념과 목표 설정 △객관적 조건 이해 △내부적 조건 정비 등을 유념해야 한다.
이향천한생명 운영위원장
실상사의 지역공동체 운동
남원 실상사 인근(남원시 산내면)에 불교의 현대화와 사찰의 지역화를 목적으로 하는 대규모 지역공동체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단법인 한생명(이사장 도법)과 남원 지역 주민 및 사회단체들이 주체로 진행 중인 지역공동체 운동은 생명과 지역 살리기를 기본 원칙으로, 귀농전문학교가 개교한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2013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지역공동체 사업은 크게 △교육 △문화 △복지 △경제 네 부분으로 이뤄졌다. 교육 사업은 현재 실시 중인 한생명 부설 평생교육시설 사회문화교육원과 불교계 최초의 대안중학교인 실상사 작은학교, 지역 초등학생 대상 방과후 학교 외 2004년 1월 1일과 3월 1일 개교 예정인 대안고등학교, 생태유아원 등 유아원부터 성인까지 교육시스템의 일원화를 지향하고 있다. 지리산 생명문화교육단지로 명명된 이 사업을 위해 이미 4만5천여평의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문화 사업으로는 봉축행사를 지역문화행사로 연계하는 등 불교문화와 지역문화를 결합하는 사업과 지역발전협의회 조직, 지역발전을 위한 기초의원 정책토론회, 지역 생태공원 사업 등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지역주민이 함께 활용하는 지역문화센터 건립, 정보화마을 조성 등을 준비중이다.
복지 사업으로는 개설중인 여성농업인 센터와 주민 건강사랑방 외 건강타운·실버타운·생태마을·녹색체험마을 조성 등을 계획중이다.
경제 사업으로는 실상사 유기재배 농장, 환경농업작목반, 친환경농업 시범사업, 지역 특산품 개발 등을 시행중이며 산야초를 활용한 발효효소생산사업과 지역특산물 및 유기농산물 판매단지·지역생태관광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정부 지원금을 비롯해 재정사업을 위한 기금 조성, 출향인사·한생명 등의 지역발전후원금, 생협의 생산지원금, 종단차원의 자역사업지원금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지역공동체 사업이 마무리 되면 환경과 생명의식 확산을 비롯해 귀농자 유입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주민 자치의식 함양, 불교 및 수행자의 위상향상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