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스님 ①
선재회 이끌며 이웃돕기 20여년
올챙이와 3년 ‘씨름’삼진 아웃!
올챙이에게 삼진 아웃당한 스님, 네 평도 안 되는 작은 토굴을 우주보다 더 넓게 쓰시는 스님, 인연되는 불자들이 조금이라도 부처님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도록 지도하시는 스님, 일찍 출가해서 제방 선원을 여의지 않고 수좌로 정진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스님의 생활 저변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회향하는 삶의 향기가 배어있는 스님, 이렇게 스님을 생각하면 수행자로서 여러 가지로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스님이시다.
그런 도현(道玄)스님과의 인연은 참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출가하기 전 스님께서 송광사 선원에서 정진 중이실 때 스님을 처음 뵈었으니까 말이다. 처음 찾아간 불자들한테 큰법당을 비롯해서 각 전각에 모셔진 주불과 보살들에 대해서 어찌나 자상하게 설명하며 안내해 주시던지 내가 출가하고 난 후에도 불교 상식을 공부하는데 기초 지식으로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수좌로서 지내 온 시간만큼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스님의 향기는 처음 마음을 내서 사찰을 찾는 초심자들의 서먹하고 어색한 마음을 다 헤아리시는 자상함으로 스며난다. 나도 그래서 대중처소에 있을 때는 처음 사찰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색하지 않고 다시 사찰을 찾을 수 있도록 그런 자상함으로 대하고 싶었다.
스님께서는 지리산 자락에 작은 토굴을 손수 지어서 상주하신다. 일꾼 한 사람과 함께 터를 고르고 손을 맞춰 지은 네 평에 불과한 작은 토굴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수행자로 정진하신다. 안거 기간이 되면 선원에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시고 해제후 토굴로 돌아오면 스님 거처를 간간히 찾아오는 후배들에게는 선배로서, 불자들에게는 따뜻한 선지식으로서 정진하는 동안 부딪혔던 크고 작은 마장이나 경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좋은 길잡이도 되어 주신다. 그리고 스님은 항상 수행자는 적어도 이런 것 정도는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그동안 우리 불교는 너무 받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이웃들을 향해 회향하는 일을 꼭 수행과 더불어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스님이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불교학생회 지도 법사를 하실 때부터 세상의 병고를 치료할 대의왕을 꿈꾸는 의학도들이 방학이 되면 의료혜택이 없는 벽지나 낙도에 의료봉사를 떠날 때 약값을 보태면서 시작된 선재회라는 모임을 이끄신지가 20년이 넘는다. 그 선재회를 통해 소리 없이 요란하지 않게 주변을 돌보시고, 스님이 상주하시는 아랫마을 어려운 학생을 찾아 장학금도 보태시고, 복지시설을 갖추지 못해 정부나 단체들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어려운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 힘닿는 대로 도우시고, 불자들이 중요한 마음공부 또한 게으르지 않도록 지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하고 계신다. 그래서 스님께는 결제와 해제가 따로 없는 셈이다.
나는 아주 가끔 도심생활에 마음이 팍팍하고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면 스님이 계신 작은 토굴을 찾는다. 스님의 정진 시간에 방해될까 많이 고려해서 찾아가지만 나에게는 큰 힘이 되는 시간이다. 자연에 묻혀서 온 산천을 다 품고 사는 스님께는 친구가 많다. 주변에 어울려 사는 모든 새들과 다람쥐, 청솔모, 곤충들까지도 스님께는 말벗이 된다. 언젠가 스님은 올챙이한테 삼진 아웃당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스님의 작은 토굴 옆에는 고소나 깨며 열무 같은 채소를 심는 작은 텃밭도 있고 정말 손바닥만한 미나리꽝도 있다. 스님은 그 작은 미나리꽝 옆에 수련을 심을 수 있는 연못을 만드셨는데 연못이 생기자마자 올챙이들의 본부가 되었단다. 그래서 그 작은 올챙이들이 다리도 생겨나기 전에 어찌나 수련 잎사귀를 갉아먹는지 꽃봉오리도 채 맺기 전에 수련이 다 사라져 버렸단다. 그렇게 첫 해에 꽃을 보지도 못하고 올챙이 수에 완패를 당하시고 그 다음 해에는 꼭 수련 꽃을 보리라, 꼭 올챙이를 이겨보리라 다짐하고 심으셨단다. 그리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고 울기시작해서 알이 올챙이가 되기 전에 올챙이를 큰 들통에 담아 산 아래 논에다 옮겨 주었는데 어느새 또 다시 찾아와 수련을 몇 일만에 다 먹어 치우더란다. 그렇게 삼년을 스님은 올챙이들의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삼진아웃 당하셨다고 하셨다. 그 후 두 손 번쩍 들고 수련을 스님 방 앞에 정말 손바닥 만하게 연못을 장만해서 옮겨 주셨단다.
참 따뜻하신 분이다. 지나는 세월이 깊은 산처럼 깊어질 수록 수행자로서 수행자에게 존경받는 시원한 향기 간직하시길 감히 두 손 모은다.
■불교방송 ‘차 한잔의 선율’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