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의 ‘슬픈 추석’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끝났다. 북한을 비난하는 일부의 시위 때문에 소동을 치르면서도 큰 일 없이 끝났다. 광화문 앞에서 인공기를 불태우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많이 당황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언제 참가국을 향해 이런 모욕을 준 일이 있었던가. 갑자기 북한의 지도자를 가면 쓴 돼지로 묘사한 ‘똘이장군’이라는 만화영화가 떠올랐다. 보기 흉한 혹을 단 김일성 주석이 북한 주민들을 기계에 넣고 피를 뽑아먹는 반공회관의 그림도 생각났다.
선재는 나이 들면서 그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묘사며 사실은 북한 주민들도 우리와 전혀 다를 게 없는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생각은 ‘빨갱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천지 그대로가 나와 같은 뿌리이며 만물 그대로가 나와 일체(一切)여서 천지만물이 나 아닌 게 없다는 불교인의 눈으로 보면 너무 어이가 없다. 천지는 관두고라도 사람을 저렇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말이다. 그들과 선재가 같은 점이라곤 똑같이 ‘통일’을 말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통일과 선재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우바새계경>에서는 중생을 바라보는 보살의 마음가짐을 이렇게 설명한다. “남의 착한 일을 나타내 주고 남의 허물은 숨겨주며, 남이 부끄러워할 것은 알리지 말고 남의 비밀을 듣거든 발설하지 말며, 적은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는 크게 갚으리라 생각하고 자기에게 원망하는 자에겐 항상 선심을 내며, 꾸짖는 자나 와서 때리는 사람을 보거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내며, 모든 중생을 부모와 같이 보고 섬겨라.”
이제 추석이다. 인공기를 태운 사람도 명절에는 자신의 가족과 친지를 위한 마음을 낼 것이다. 그들이 즐거운 그 명절에도 북한에 가족을 둔 남한의 760만 명은 지금의 현실에 눈물짓는다. 이것이 어쩌면 북한을 감싸안지 못하는 그들의 더 큰 잘못일지도 모른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