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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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7)신선세계의 아미타불
필자가 근무하는 경주대학교의 뒷산이 선도산(仙桃山)이다. 우리에겐 장수를 상징하는 선도복숭아로 알려진 선도라는 말은 신선사상과 관련된 명칭이다. 신선사상의 극락은 신선세계이고 그곳에는 서왕모(西王母)가 주재하고 있다. 고대에는 죽어서 이곳에 가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믿음이 널리 유포되었다. 그런데 이 산 위의 정상을 오르면 큰 바위 위에 불상이 조성되어 있다. 게다가 바위 뒷면에는 ‘성모구기(聖母舊基)’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불상 옆에는 새로 복원한 성모사가 있다. 성모는 신선세계의 서왕모와 같은 신이다. 어떻게 산 정상 위에 불상과 성모가 나란히 모셔져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은 <삼국유사> 감통편 ‘선도성모가 불교행사를 수희하다(仙桃聖母隨喜佛事)’에서 풀어볼 수 있다. 선도산의 성모는 원래 중국 황제의 딸 사소(娑蘇)이다. 그녀는 신선의 술법을 배워서 신라에 머물자, 아버지가 소리개 발에 서신을 매달아 다음과 같이 소식을 전했다. “소리개가 머무는 곳을 따라가 집을 삼아라.” 사소는 아버지의 분부대로 소리개를 놓아 따라가니 선도산에 멈추어서, 그곳에서 살며 지선(地仙)이 되었다. 그리고 성모는 신라의 시조가 된 성자 둘을 낳았는데, 바로 박혁거세와 알영이다. 신라는 건국 때부터 신선사상을 믿었고, 그 신선세계가 선도산이라고 믿었다. 중국의 신선세계가 서왕모가 계신 천산(天山)이듯이, 신라의 신선세계는 성모가 계신 선도산인 것이다.
신라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선계인 선도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성모를 모신 정상에 마애삼존불상을 조성한 것이다. 그것도 좌우에 대세지보살과 관음보살을 거느린 아미타삼존상을 모셨으니 서방극락세계를 구현한 것이다. 신라가 불교의 나라가 되면서 선도산이 신선세계에서 서방극락세계로 바뀌었음을 선포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선도산에 아미타불을 모시면서 성모를 배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모는 불사를 일으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진평왕 때 안흥사에 지혜라는 비구니가 불전을 새로 수리하려 했는데 힘이 모자랐다. 그때 꿈에 예쁜 구슬로 머리를 장식한 선도산 성모가 나타나 금 10근을 주어 불사를 돕겠다 했다. 꿈을 깬 뒤 성모의 자리 밑에서 금을 꺼내어 불상 3상을 장식하고 벽 위에는 53불과 육류성중 및 여러 천신과 오악의 신군을 그리고, 해마다 봄과 가을 두 계절의 10일에 남녀 신도를 많이 모아 모든 중생을 위해 점찰법회를 베풀었다. 신선세계를 믿던 신라인들은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별 마찰도 없이 평화롭게 이양한 것이다. 성모가 불사를 돕고 불상과 더불어 신군도 모셨으니, 서로 밀월관계를 유지한 것이 아닌가. 통일신라 때에도 성모는 줄곧 활동하였다. 불교의 나라가 되었어도 성모는 신라인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신이었던 것이다.
세계는 끊임없는 종교전쟁으로 죄없는 피를 흘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들이 어깨를 나란히 했음을 역사가 실증하고 있다. 지금도 종교간의 갈등이 다소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선도산이 보여주듯이 우리는 이전의 신앙을 탄압한 것이 아니라 포용하였는데, 이러한 너그러움이 우리민족의 고유한 심성인 것이다. ■경주대 문화재학부
200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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