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통적인 간화선이나 기도, 염불을 비롯하여 위빠사나, 초월명상, 아봐타, 기(氣)훈련 등 다 열거하기에도 힘든 이러한 다양한 수행방법이 수입되고 만들어져 서로가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수행을 하면서 종종 강조되는 것이 무슨 빛을 느낀다거나 유체이탈을 한 경험이며, 마치 이러한 것이 도력의 깊이를 나타내는 것처럼 이야기 되고 있다. 심지어 참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의 수행정도를 나타낼 목적으로 예를 들거나 혹은 그런 체험이 없다면 수행을 하지 못한 것으로 말하는 스님도 계실 정도이니, 얼마나 우리가 신통하거나 신비로운 것을 찾는 마음이 깊은지 보여 주고 있다.
한편 신기한 체험은 현대 신경과학의 발달에 따라 대부분 두뇌 작용에 불과함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블랑크 박사는 간질환자의 증상을 연구하던 중 측두엽 오른쪽 각진 주름 부위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면 유체이탈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을 관찰하였고(, 2002년 9월호), 자극의 강도에 따라 몸에서 점차 의식이 가볍게 떠오르는 것에서부터 천장에 가까워지는 경험까지도 보고 되었다. 다른 연구에서도 명상에 든 스님이나 천주교 수녀님의 기도 중에는 물리적 공간 내에 신체 존재감을 알게 하는 두정엽 위쪽 뒷부분의 활동이 지극히 낮아짐이 알려져 있다. 이 부위는 생물체에 있어서 자기(自己)와 타인(他人)을 구분하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기에, 이 부위의 활성이 낮아진다면 우주와 내가 하나로 느껴지는 물아일여의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임상적으로 죽음을 선고 받았다가 되살아난 350명의 심장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행해졌던 네덜란드에서의 연구는 (, 2001년 12월) 이들 중 12%의 환자로부터 몸에서 의식이 빠져나가거나 긴 터널을 거쳐 빛을 보고 혹은 죽은 친척과 만난 경험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해석으로는 평소 외부로부터 신호를 받아 해석하던 우리 두뇌가 죽음에 이르러 산소 결핍 등의 원인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두뇌의 내부 신호를 평소 해오던 것처럼 외부 신호로 받아들여 해석하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큰스님들께서 마음공부에서 항상 조심하라고 이른 것이 이러한 수행 중에 나타나는 여러 초자연적 체험이다. 빛이 보이고, 담장이 없어져 훤히 밖이 보이거나 사물이 방광(放光)하는 등 여러 이야기가 있다. 물론 이러한 체험을 겪을 정도로 열심히 집중하여 수행한 것일 수도 있기에 그만큼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행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결국 궁극적인 마음자리를 보기 위해 가는 수단임을 명심한다면 굳이 그러한 신비한 체험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지금 이 자리에서 밥 먹고 잠자는 것이 곧 신통한 것이요, 기적임을 알아 일상의 평범한 삶의 경험이 곧 진정한 수행 방법이자 동시에 수행의 실천 장소임을 마음에 두었으면 한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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