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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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스님
통도사 강원에서 같이 수학했고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스님이 정호 스님이다. 강원에서는 의견이 맞지 않아 코피가 터질 정도로 다툰 적도 있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나이도 들었고 같이 포교하며 탁마해야 하는 공통점이 많아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가까운 거리에 있다보니(정호스님은 오산 대각사에 주석하고 있다) 자주 만나 차도 한잔 하면서 속을 털어 놓곤 한다.
오산은 미군부대 주둔지라 교회가 많은 곳 중 하나이다 보니 교회에 나가야 천당간다는 이야기가 일상사처럼 퍼져있어 불교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곳이다. 그렇게 어려운 곳에서 17년동안이나 꿋꿋이 정호 스님은 포교에 헌신해 왔다. 항상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차근차근 이해시키며 불자로 만들곤 했다. 첫 인상부터가 자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정호 스님에게는, 만나는 사람마다 절로 귀를 열게 하고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교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탁월한 대중포교 능력이 있는 정호스님이야 말로 포교사가 천직인 것 같다. 35평 작은 포교당에서 신도가 많든 적든 흔들리지 않고, 포교하는 자체가 수행이라며 17년동안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오고 있는 스님이 바로 정호 스님이다.
대각사의 어린이 법회는 유명하다. 절에 온 아이들의 이름과 그 부모 이름을 누구보다 빨리 외워 당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스님은 어린이포교 비결에 대해 “그저 꾸준히,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이 절에 오는 일이 자연스럽게 여기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베풀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전에 법회에 다녔던 아이들이 자라 이제는 어린이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되어 열심히 활동하는 것을 볼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는 스님은 “미래 불교를 이끌어갈 새싹포교가 중요하다”며, 각절마다 어린이포교에 관심을 가질것을 강조한다. 지금도 포교당에서 어린이들이 “저요, 저요” 손을 흔들며 “부처님은 왜 머리를 깎았어요?” 등 천진한 물음에 연신 땀을 흘리고 있을 정호스님은 지역의 환경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지금이야 많은 이들이 환경보전운동에 눈을 뜨고 환경수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환경운동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고 참여하기도 꺼려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스님은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의 종교인들과 함께 환경운동에 나섰다. 뜻있는 젊은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하거나 환경에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해결에 앞장서곤 했다. 지역에 미군 비행장이 있다 보니 문제가 없을 수 없었지만 스님은, 혈기가 왕성하게 넘치는 젊은이들에게 상대방을 이해시키고자 바쁘게 뛰어다니며 중재자 역할도 해 왔다. 스님은 ‘오산·화성 환경운동 연합’의 발기인이면서 현재 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포교당은 포교의 최전선이니만치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니다. 정말로 힘들어서 모든 것을 뿌리치고 산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 두번도 더 생긴다. 조용한 산사에서 화두 들며 살고 싶지만 산속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은 절대 모를 비밀이 있어서 아직은 못 간다. 다 떨치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절 입구에 와서 ‘예수 믿고 천당가자’라고 큰 소리를 지르곤 후다닥 뛰어가는 소리에 백신주사를 맞은 듯, 그래 우리 같은 포교하는 수행자들이 있어야 할 곳이 바로 여기다 하고 힘을 내곤 한다.
얼마전 정호스님 절에 갔었다. 스님들은 아이들을 몇 명 키우고 있다. 비구절에서만 크다 보니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서 인지 아무 이유도 없이 말썽을 피우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 때문에 속상해 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어렸을 때 나도 당시 어른 스님들 속을 얼마나 썩혔을까 혼자 헤아리며 속으로 웃었다.
언젠가는 나도 오 갈데 없는 아이들을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정호스님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문서 포교에도 몰두하고 있다. 스님이 쓴 <벌거벗은 주지스님>을 군법당에 보시하며 군인들 포교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대중들과 함께 일로정진 수행하는 정호스님을 내가 이 난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도시 곳곳에서 포교에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스님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산속에서 공부하시는 스님들도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분당 연화사 주지
200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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