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음계란 불음(不淫)계에 대비된다.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정당한 음행은 인정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가자들의 5계에서는 불음계가 아니라 불사음계가 된다. 적어도 재가자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양육하므로 교단의 역사 또한 계승될 수 있는 것이다. 불사음계는 철저한 일부일처제를 지향하고 있다.
인도 사회에는 일부일처제도 이외에 일부다처제도 내지 일처다부제도의 역사도 있다. 인도문화의 주류인 아리안 문화가 정착되기 이전에는 일처다부제도가 있었으며, 아리안 문화의 정착과 남성위주 사회문화의 확립은 일부다처제를 산출하게 된다. 마리노브스키라는 소련의 사회학자가 저술한 <미개인의 성생활>이라는 저서에 의하면 원시사회일 수록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왕성하며, 특히 한 여성을 중심으로 많은 남성이 관계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그는 남방제도의 여러 부족들의 삶을 다년간 관찰한 뒤에 이 책을 저술하게 되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절찬을 받았다.
모계사회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을 떠나 정착생활을 하기 이전, 인간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영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뒤에 불의 발견과 그루갈이의 등장은 정착 문화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남성위주의 사회가 전개된다. 남성 위주의 등장은 이전의 문화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사회적 도덕을 만들게 되는데, 그것은 노동력을 독점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기도 했다. 여성의 생산능력을 독점하기 위한 사회적 규제, 그것은 어쩌면 남성들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에 의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내지 지배 권력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사회문화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바로 결혼이라는 제도이다. 여기서 일부다처제도는 힘 있는 사람이 여성의 생산력을 독점하여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을 보존 내지 확대하려는 발상인 것이었다. 치열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결혼이라는 제도에도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은 결혼이란 제도의 역사를 대략 3천년 정도 된 것으로 본다. 그 이전에는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정착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부터 대략 3천년 정도 이전이라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활동했던 시기보다 2~3세기 이전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활동하던 시기는 아리안문화가 정착되어 상층부인 바라문 종성과 크샤트리아 종성은 부계 중심의 가족문화가 확립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바이샤나 수드라 등의 하층민들에겐 아직 여성 위주의 모계 유습이 남아 있었다. 부처님의 제자들 중에서도 아버지의 가계를 알 수 있는 사람들은 바라문종성 출신이나 크샤트리아 종성 출신들뿐이다. 목련존자로 알려진 목갈라나풋타, 사리풋타(사리불), 카챠야나풋타(가전연) 등은 부계를 알 수 없는 하층민 출신이었다. 풋타란 아들이란 의미이며, 앞에 붙은 호칭은 어머니의 이름이다. 결국 목갈라나라는 여인의 아들, 사리라는 여인의 아들, 카챠야나라는 여인의 아들이란 뜻이다. 학자들은 이에 대해 모계사회의 유습이 하층민 사회 속에는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 해석한다.
인도사회의 이상과 같은 가족문화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층민의 여성들은 남편이 있음에도 다른 남자의 아기를 생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동시에 상층민의 유력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여성을 소유하려고 했다. 요즘처럼 장가 못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철저한 일부일처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불사음계의 규범화이다. 고려 중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전쟁 미망인들이 증가하여 국가적인 문제가 되자 일부다처제를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개성의 여성들이 데모를 일으켜 법제화되는 것을 막는데, 이것 역시 불사음계의 영향이라 말할 수 있다. <선생경>에 의하면 남편이 지켜야 할 덕목 중에 “위엄을 지켜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말라”는 항목이 있으며, 여자가 지켜야 할 덕목에는 “딴 남자를 생각지 말고 얼굴을 붉히며 다투지 말라”는 항목이 있다. 이 역시 불사음계와 직결되어 있다.
현대사회는 일부일처제도의 변형이 나타나고 있다. 동거, 자유연애 등 과거의 결혼제도 자체에 대해 불신 내지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다. 분명한 사실은 이혼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현재의 결혼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혹자는 컴퓨터에 의한 중매와 결혼을 말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속성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그것도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현재와 같은 결혼제도가 바뀐다면 불사음계도 바꾸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