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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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 <34>
법보계장자의 법문

명지거사로부터 ‘뜻대로 복덕을 내는 광해탈문[隨意福德藏解脫門]’의 법문을 듣고 선재동자는 더욱 복덕의 바다에 헤엄치고 복덕의 광을 열어 복덕의 세력을 늘리려 노력하였다. 그러면서 가르침을 받은 대로 남쪽의 사자궁성(師子宮城)으로 가서 법보계 장자를 찾아 보았다.
시장 가운데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엎드려 절하며 보살도를 설하여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장자는 선재동자를 자기가 거처하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자기의 집을 가리키며 ‘선남자여, 내 집을 보라’고 말하였다. 그 집을 보니 청정하고 광명이 찬란하며 진금(眞金)으로 되었는데, 온갖 보배로 장엄되어 있었다. 그 집은 열 층에 여덟 문이 있었다.
선재동자는 그 집에 들어가 차례로 살펴보았다. 맨 아래층에서는 음식을 보시하고, 2층에서는 보배 옷을 보시하고, 3층에서는 모든 보배 장식물을 보시하고, 4층에서는 여러 시중드는 사람과 보물을 보시하였다. 5층에서는 제5지 보살이 법을 연설하며 세간을 이익케 하여 삼매의 행과 지혜의 광명 등을 성취하였다. 6층에서는 모든 보살이 매우 깊은 지혜를 이루어 법성(法性)을 통달해 무량한 반야바라밀다문을 분별했다. 7층에서는 보살들이 방편 지혜로써 분별 관찰하며 온갖 얽매임에서 벗어났으며, 모든 부처님의 정법을 바르게 이해하였다. 8층에서는 한량없는 보살들이 모였는데, 모두 신통을 얻어서 작용이 자재했다. 9층에는 일생보처 보살들이 모였다. 10층에는 모든 여래가 충만해 있는데, 큰 서원과 신통을 이루어 대중을 청정하게 하며 바른 법륜을 굴리어 중생을 조복시켰다. 장자는 이러한 여러 가지 광경을 모두 분명히 보게 하였다.
이와 같이 선재동자가 보살도를 설해주기를 청하였는데, 법보계장자는 아무런 설법을 하지 않고 그를 자기가 거처하고 있는 집을 보여줄 뿐이었다. 법보계장자는 자기의 집을 보여줌으로써 보살이 닦아 나아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그 집은 온갖 보배로 이루어진 10층 8문의 집이었는데, 그 집은 여러 가지 수행 공덕의 과보로써 이루어졌다.
집이 청정한 광명이 나는 진금(眞金)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보살행의 본질이 청정무구하기 때문에 그 과보로 성취되었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집의 여러 가지 장엄도 각각 단계적으로 10바라밀을 닦아서 갖추게 된 공덕을 상징하는 것이다. 10층의 집도 또한 10바라밀을 아래로부터 위로 행하도록 배열하여 차례대로 닦아 나아감을 나타낸다. 집이 8문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팔정도(八正道) 또는 사섭법·사무량심의 수행을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하여 법보계장자는 보살도라는 것은 팔정도 또는 사섭법·사무량심으로써 10바라밀을 단계적으로 닦아 나아가는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집의 각 층에서 보는 광경이 다른 것은 보살도가 빈궁한 사람에게 의식주를 갖추어 주는 것에서부터 정신세계와 인격 활동을 점점 향상시켜 나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보계장자가 머무르고 있는 성의 명칭이 사자궁인 것은 보살도가 어떠한 것에도 두려워하거나 굴하지 않고 용맹하게 행하여짐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의 명호가 법보계인 것은 장자가 행하는 모든 수행이 어디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유자재한 선정(禪定)의 경지에서 이루어짐을 나타내는 것이다. 선정이 10바라밀과 8정도 또는 사섭법·사무량심 등의 수행을 총괄하여 법(法)의 정상(頂上)이 되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법보계장자는 이와 같이 어떤 것에 의해서도 흔들림이 없는 선정의 경지에서 살아가므로 시장 속에 몸을 담고 중생을 교화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법보계장자의 집을 보고 나서 선재동자는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청정한 대중이 모였으며 어떤 선근을 심어서 이러한 과보를 얻었는가’를 물었다. 이에 대해서 장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선남자여, 과거 티끌 수 겁 전에 ‘무변광명법계보장엄왕 여래’가 계셨는데, 그 부처님이 성에 들어오실 적에 내가 음악을 연주하고 한 개의 향을 사루어 공양하였다. 그 공덕으로 세 곳에 회향하여 모든 빈궁과 어려움을 영원히 여의고, 부처님과 선지식을 항상 뵈오며, 바른 법을 들었으므로 이 과보를 얻었다.”
여기에서 법보계장자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지금 선재동자가 보고 있는 10층 8문의 훌륭한 집은 과거세에 여래를 공양한 선근을 세 곳에 회향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이것은 결국 모든 빈궁과 어려움을 영원히 없게 하고, 부처님과 선지식을 항상 뵈오며, 정법을 항상 듣기를 원함으로써 10바라밀을 만족하여 장자가 살고 있는 10층 8문의 장엄스러운 집을 성취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모든 수행의 바탕이 되는 선정의 마음이 구체적으로는 세 곳으로 회향하려는 흔들림 없는 원심(願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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