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불자들 권익 옹호에 앞장
10여년 전부터 아시아와 서구의 비구니 스님들은 승단에서 비구니들의 위상을 개선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모임을 갖곤 했다. 1996년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서구 비구니의 삶(Life As a Western Buddhist Nun)’ 회의에서, 달라이 라마는 비구니계 수계(비구니 계맥이 있는 곳은 한국과 대만이 유일하다) 등 계율 및 의식 문제, 투표권, 수행처 확보 및 교육 문제 등 비구니들의 이러한 노력을 지지했다. 비구니 스님들은 달라이 라마로부터 비구니 계율에 대한 집중적인 가르침을 받고, 그들의 수행과 삶에 대해 토론했으며, 불교국가 별로 계율과 전통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툽텐 최된(Thubten chodron, 미국명 Cherry Green) 스님의 저서 <진리의 꽃들-비구니의 삶(Blossoms of the Dharma: Living as a Buddhist Nun)>에서는 세계 비구니 승단의 현황과 과제, 비구니들의 일상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격려하고 있다.
“비구니로서, 여러분들은 불교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우주의 보편적인 원리를 실현시키는 선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단합이 증명했듯이, 불교 여성들이 낡은 구습의 속박을 벗어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감격적입니다.”
최된 스님은 티베트 불교의 겔룩파(Gelukpa)에 속하는 단체인 FPMT(Foundation for the Preservation of the Mahayana Tradition, 대승불교보전재단)의 여성 최고지도자이다. 그가 최근 몰두하고 있는 불사는 남, 여 수행자들이 티베트 불교에 대한 공부와 수행, 수계식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쉬라바스티(Sravasti) 사원들을 미국 등에 건립하는 일이다. 달라이 라마는 이 불사의 모연문을 통해 친히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수년간 유럽과 미국에서 불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사원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비구니 툽텐 최된 스님은 서구의 사원들이 우리 스승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수행하는 안정적인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여러 불자들과 마찬가지로 최된 스님을 후원하고 격려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일상 생활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적으로 응용할 것을 강조해 온 최된 스님은 그러한 방법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법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녀의 따뜻함과 유머, 명료한 가르침은 많은 저서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열린 가슴, 맑은 마음(Open Heart, Clear Mind)> <입문자를 위한 불교(Buddhism for Beginners)> <화날 때 일하기(Working with Anger)> <원숭이 마음 길들이기(Taming the Monkey Mind)> <진리의 꽃들-비구니의 삶(Blossoms of the Dharma: Living as a Buddhist Nun)> 등이 문서 포교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저서들이다.
최된 스님은 오늘도 비구니 스님과 여성 불자들의 권익 옹호에 앞장서는 한편, 자신과 제자들의 정진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기도와 수행은 모든 고통로부터 벗어나는 해탈과,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대신심, 사물의 진실을 알려는 지혜 등 높은 차원의 이상으로 우리의 마음을 승화시킵니다.”
김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