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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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상(5)고귀한 단순성
일본 교토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찰은 고류지(廣隆寺)이다. 조그만 사찰이지만 옛 정취가 그윽한 곳이다. 이 사찰은 신라인으로 일본에 건너간 진씨(秦氏)가 세운 절로서, 일본 국보로 지정된 미륵보살반가상이 유명하다. 이 불상은 우리의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과 쌍둥이처럼 빼어 닮아 항상 우리의 관심사이다. 특히, 이 불상은 학계에서 신라인의 솜씨인지 아니면 백제인의 솜씨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와세다대학에서 이 불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남수 박사는 사찰 기록과 양식적 분석을 통해 신라인의 조각으로 밝혔다.
수학여행 온 여학생이 이 불상에 반해 감정을 억제치 못하고 그만 껴안다가 손가락을 부러트린 일이 있다. 그 다음날 신문에 크게 소개되어 일본에서 유명해진 일화가 전한다. 필자도 1998년 가을 아침부터 낮까지 이 불상 앞에 놓여 있는 평상에 앉아 넋을 잃고 바라본 경험이 있다. 참으로 매력적인 불상이다.
이 불상을 처음 본 순간 아름다운 미소와 손의 표정에 시선이 간다. 그러나 좀더 오래 보게 되면, 주름진 옷 가운데 피어나는 몸체의 단순함이 그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핵심적인 요소임을 깨닫게 된다. 단순함은 조금도 가감이 필요 없는 형상과 비례의 완벽함과 관련된다. 머리 위에 간략하게 꾸며진 삼산관(三山冠)은 단순함에서 피어난 고귀한 꽃에 다름이 아니다. 단순함이 아름다움의 차원을 넘어 숭고함에 이르고 있다. 사유는 단순해야 아름다운 것이고 그래서 고귀해 보인다는 메시지를 이 불상은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독일의 미술사학자 빙켈만(J.J.Winckelmann, 1717-1768)이 그리스 조각의 특징으로 평가한 “고귀한 단순성과 정숙한 위대함”이란 말은 오히려 이 불상을 보면서 떠올려 보았다. ‘아름답다’, ‘멋있다’라는 찬사가 매우 인간적인 것이라면, ‘숭고하다’, ‘고귀하다’라는 찬사는 보다 종교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의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 불상을 보고 다음과 같은 감상을 남겼다. 그 일부를 옮겨 본다.

“그것은 지상에 있는 모든 시간적인 것, 속박을 초월해서 도달한 인간 존재의 가장 청정한, 가장 원만한, 가장 영원한 모습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오늘까지 몇십 년 동안의 철학자로서의 생애 가운데 이만큼 진정으로 인간 실존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 불상은 우리들 인간이 지닌 마음의 영원한 평화의 이상을 진실로 남김없이 최고도로 표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야스퍼스는 이 불상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모습을 발견하였다. 평화로움 속에서 작가의 숭고한 이념을 찾은 것이다. 이를 두고 어찌 명품과 혜안의 만남이라 하지 않겠는가?
■경주대 문화재학부
200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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