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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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를 위한 포살, 8재계
불교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삼귀의에 대한 맹서와 그에 뒤이은 5계를 수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5계를 받고 신도가 된 사람들의 중요한 의무 사항 중의 하나가 상가에 대한 보시였다. 상가에 대한 보시란 초기불교시대에 있어서는 일종의 역할분담이었다. 즉 출가자는 수행에 전념하여 얻어진 법을 신도들에게 베풀어주는 것이 의무라면, 신도들은 보시를 통해 수행자들이 생산에 구애받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었다. 이것 이상 중요한 것은 재가자도 항상 수행하는 마음가짐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8재계이다. 이것을 한역 불전에서는 모두 포살이라 번역하고 있다. 포살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것은 비구의 포살과 신도의 포살이다. 여기서는 신도의 포살인 8재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포살이란 팔리어로 우포사타(uposatha)라 한다. 아쇼카 대왕의 비문에서는 포사타(posatha)라 하고 있다. 한역된 포살이란 용어는 음역한 것이다. 가까이 머문다[近住], 함께 머문다[共住], 장정(長淨), 장양(長養), 정주(淨住) 등으로 번역되며, 다른 번역으로는 배고픔을 지킨다는 의미의 수아(守餓), 삼가한다는 의미의 재(齋)라고도 불린다.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재라고 부르며, 이날은 오후 불식으로 단식하기 때문에 수아라 부른 것이다.
포살이라 부르게 된 이유는 “온갖 나쁜 일과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번뇌와 유애(有愛=자기 존재에 대한 애착)를 버리며, 청정한 법을 증득하고, 궁극적으로는 청정한 일을 행하므로(<살바다부비니마득륵가>” 포살이라 했으며, “능히 범한 것을 끊고, 일체의 착하지 않는 법을 끊는 것(비니모경)”을 포살이라 부르는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생활의 리듬을 재조정하고, 재가 생활을 하지만 정기적으로 출가자와 같이 청정한 생활을 체험하는 기간으로 설정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포살은 바라문교의 우파바사타에서 유래한 것으로 밝혀져 있다. 바라문교에서는 신월제(新月祭=그믐)와 만월제(滿月祭=보름)의 전야제를 우파바사타라 하며, 단식하고 재계를 올리는 풍속이 있었다. 인도는 무더운 나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집회는 밤에 거행되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활동했던 당시의 많은 종교가들 역시 이 날 집회를 개최하여 음식을 베풀고 설법했다. 초기불교의 경전에 속하는 <사문과경>에 의하면 아사세왕이 보름날 저녁 포살 일에 군신들에 둘러싸여 높은 누각에 앉아 있었는데 이때 “이렇게 아름다운 달 밝은 밤에 훌륭한 종교가를 가까이서 모시고 법을 들으며 마음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듣고 대신 기파가 권유하여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러 가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부처님 역시 달밤을 이용하여 설법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포살은 보름 날 밤에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출가자들의 포살은 보름에 한번씩 한달에 두 번 시행되었으며, 신자들의 포살은 보름에 삼일씩 한달에 여섯 번 시행되기 때문에 육재일이라 부르기도 한다. 초기불교 시대의 대표적 경전에 속하는 <숫타니파타>의 담미까경에 의하면 포살은 8일, 14일, 15일, 23일, 29일, 30일의 6일간 시행되었다. 따라서 이날은 각각 재일이 되므로 일상생활에도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육재일에는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여덟 가지의 계율을 지켜야 했다. 이것은 신도들이 지키는 5계에 세 가지 조항을 더한 것이다. 담미까경에 의해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살아 있는 것을 해쳐서는 안 된다. 2. 주지 않는 것을 가져서는 안 된다. 3.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4.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5. 음행을 해서는 안 된다. 6. 때 아닌 때에 먹어서는 안 된다. 7. 꽃으로 장엄해서는 안 된다. 방향(芳香)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8. 침대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앞의 다섯 가지는 오계와 동일한 내용이다. 그렇지만 육재일에는 부부간에도 각방을 사용해야 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술을 먹어서는 안 되었다. 또한 출가자처럼 저녁 식사 뒤에 먹어서는 안 되었다. 출가자와 마찬가지로 검소하고 소박하게 생활하며, 몸은 비록 세속에 있지만 마음만은 수행에 매진하고 있다는 생각을 저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최근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재일을 지키고 있는 재가 신도는 보기가 힘들다. 거의 사문화되어 있는 것이다. 혹자는 육재일을 지키며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다고도 말한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재일을 지키는 운동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적어도 한달에 6일만큼은 수행자의 마음을 지키려는 자세 속에서 불교의 내일이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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