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하청업체에 떠 넘기지 않길…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 그 그룹 자동차 회사의 임금협상이 타결되었다. 이틀 후에 전해진 신문은 “연봉이 평균 1,000만원 오르고 휴일수가 연 166일에 이른다”는 내용을 전했다. 선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어떤 기업주가 어지간한 직장의 초임자 연봉의 반이나 되는 금액을 올려줄 것인가? 거기에다가 급여는 1,000만원이나 오르는데 휴일이 거의 반 년이나 된다고?
선재의 궁금증은 곧 해결되었다. 발표된 연봉과 휴일의 계산은 먼저 근무한 지 ‘13년’이나 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실제 인상분은 ‘540만원’이며 결정적으로 연봉이 인상되는 것과 휴일수는 양립하는 것이 아니어서 발표된 연봉을 받으려면 실제 가능한 휴일은 ‘110일’이라는 분석 결과가 보도되었다.
<육조단경>에서 혜능 스님은 10대 제자를 불러서 자신의 멸도 후에 어떻게 설법하여야 종지를 잃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을 가르치면서 “만약 누가 너희에게 법을 묻거든, 말을 할 때 모두 쌍으로 하고 대법(對法)을 취하여 두 가지가 서로 인(因)이 되어 중도의 의미를 낳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어둠을 물으면 “밝음은 인(因)이고 어둠은 연(緣)이니 밝음이 사라지면 곧 어둠이다. 밝음을 가지고 어둠을 드러내고 어둠을 가지고 밝음을 드러내니, 이 둘이 서로 인이 되어 중도의 의미를 낳는다”고 대답하라 한다.
한쪽 측면만 보고 묻는 질문을 다른 한 쪽 면을 설명하여 완전한 진리로 이끌어주라는 가르침이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연봉금액과 휴일수에 대한 경영자측의 발표가 무비판적으로 전달됨으로써 노동자들은 나라 생각도 하지 않고 놀면서 돈만 많이 받겠다는 사람들로 그려졌다. 이 발표를 전해듣고 문제제기를 해야 할 진실은 바로 이것이다.
“노사의 임금협상의 결과 발생하는 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하청업체 노동자나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려지는 것이 아닐까?”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