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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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이름의 전차(戰車)
이 세상에 수많은 형태의 생물체가 셀 수도 없이 존재하면서 서로 상의상존하여 커다란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나름대로 균형을 이루어서 조화로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편, 과학 기술이 지닌 생산성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의 이름으로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이러한 균형과 조화가 무수히 파괴되어 가는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의 논란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을 정도로 저녁뉴스에서 친근해졌고, 가깝게는 새만금 간척사업이나 사찰 환경 파괴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어서 몸소 현장에서 육탄으로 저지하는 분들의 모습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산촌 곳곳에 모텔이 들어설 것이고 개발이란 이름으로 인간 위주의 자연 파괴는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환경과학 등의 또 다른 과학 기술의 발달로 그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예전에 미국에 있었을 때 원자력 발전소의 대부 격인 학자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수록 이에 대한 안전설비가 비대해져서 이제는 원자력 발전소 자체가 아니라 워낙 비대해진 원전 안전장치의 안전성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이야기였다.
분명 앞으로도 이러한 식의 상황은 계속될 것이기에 불자로서의 환경운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나는 여기에 대하여 비록 더딘 듯이 보일지는 몰라도 가장 근본적인 해답으로서 부처님 법의 마음공부를 들고 싶다. 사람이 돌을 던지면 개는 돌을 쫓아가고 사자는 돌을 던진 사람을 문다는 선가의 비유가 있다. 산촌에 모텔을 짓는 업자들은 그곳에서의 수요가 없으면 와서 모텔을 지으라 해도 절대 짓지 않는다. 결국 분위기 있고 은밀한 곳에서 즐기고 싶다는 인간들의 주체하기 힘든 욕망과 이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인간의 욕망이 문제인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란 전차(戰車)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환경문제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해도 이는 결국 돌을 쫓아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환경 문제, 아니 이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는 욕망의 문제이고 그렇기에 이는 마음의 문제로서 풀어가지 않는 한 해결책은 없다.
부처님 경에도 ‘만족할 줄을 안다’라는 뜻의 지족(知足)이나 소욕지족(小欲知足)이라는 표현이 있고 옛 선사들도 오유지족(吾唯知足)이란 말씀을 하셨다. 밖으로 향하여 끊임없이 무엇을 구하여 채우려 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주어진 모습 그대로 일상적인 범사에 있어서 항상 감사하며 살 수 있을 때 비로소 이 욕망의 시대를 비추는 촛불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요즈음 우리 주위에서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재가자들의 소규모 마음공부 모임들이야말로 나 하나의 문제뿐만 아니라 전체 생명을 위한 진정한 생태운동이요 환경모임의 모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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