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 화쟁사상 바탕에 공존 모색
2003 불교평화포럼이 1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8~9일 파주 보광사에서 개최됐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직무대행 일문)와 불교포럼(공동대표 김연규, 임완숙, 김광하)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포럼은 1부 ‘한반도 위기를 진단한다’에 이어 2부 ‘지혜로운 대응은 무엇인가’로 나뉘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포럼이 끝난 뒤 ‘2003 불교평화선언’을 발표했다.
정리=남동우 기자
▧박명림(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복합 평화연환고리 형성 중요
박명림 교수는 ‘한국의 평화비전과 평화구상:100년 전쟁에서 100년 평화로’ 주제발제에서 “평화문제를 풀기 위해선 △우리는 누구인가(평화의 주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평화의 과제) △우리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평화의 비전과 목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평화의 방법과 전략) 등 네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제도를 통한 평화 △시장?통합을 통한 평화 △민주주의를 통한 평화 △문화를 통한 평화 등을 한반도 평화의 조건과 경로, 과정으로 규정했다.
박 교수는 또한 “북핵위기를 평화협정체결을 통해 평화체제구축의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남한의 시민사회로부터 발원해 평화선언-평화협정-평화체제를 향한 의회→남한정부·북한정부→국제사회(미국·중국·유엔)로 이어지는 거대한 복합 평화연환고리 형성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승(일본 리츠메인칸대학 법학부 교수)
동북아시대 일본 참여 필요
서승 교수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문제-일본의 역할을 중심으로’ 주제발제에서 “냉전붕괴이후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위기를 생산해 왔으며 일본은 그러한 미국의 전략에 편승해 동북아 위기를 재생산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북한을 희생양으로 삼고 북한 때리기에 광분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동북아시대와 일본의 역할에 대해 “현재 일본은 전쟁이냐 평화냐, 미국이냐 아시아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동아시아시대에 일본의 살길은 있고, 동북아시대를 열기 위해선 일본을 반드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에 대해선 “미국은 책임지지 않고 회의에서 분규를 일으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방일에 대한 정책건의’에서 △‘동북아시대 대화기구’ 창설 △3+3동북아비핵불가침지대조약 등을 제안했다.
▧심재룡(서울대 교수)
이해관계, 갈등 대화로 해결
심재룡 교수는 ‘함께 사는 공존의 평화-불교의 화쟁을 중심으로’ 기조발제를 통해 “신라 승려 원효는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을 통해 특정 종파나 경전의 절대적 우위를 인정하는 종파적 입장을 배제하고 모든 경전이 저마다 상대적 입장에 서있음을 주장했다”며 “우리는 통일 이후 공산주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사상적 전통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효가 다시 태어났다고 가정한다면 온갖 다양한 생각들이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고 그 사람 사람들 서로를 존중해주는 한국 사회를 선호했으리라 확신한다”며 “오직 공산주의가 싫어서 50만 명 100만 명이 죽더라도 차라리 전쟁하는 게 났다는 주장은 원효의 화쟁사상에서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심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 포기에 따른 경제적인 대가를 바라고,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은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지현(진각복지재단 사무처장)
경협, 민간지원 다양, 다변화 돼야
지현 사무처장은 대북 교류를 할 때 “그들이 필요한 것인 무엇인가, 내가 알려줄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지고 올 것은 무엇인가 등 세 가지 원칙을 갖고 한다”고 소개했다.
또 “정몽헌 회장 죽음에 대한 상실감은 우리 못지않게 북한이 더 클 것”이라며 “이런 때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현 사무처장은 민간교류의 문제점으로 △지원 없이는 교류 없다는 명제 형성 △대북 지원을 인도적 지원(생필품 등)으로만 제한 △지원 분야나 주체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문호를 개방해 남남갈등을 조장 등을 지적했다.
지현 사무처장은 “중요한 것은 민간지원을 다양화 다변화시켜야 한다”며 “남북경협 또한 더욱 활성화돼야 하나 정부가 더 이상 경협을 기업이나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