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려는 마음 필요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 지리산 1000일기도 900일 행사가 3~4일 남원 실상사(주지 도법)와 노고단 일대에서 열렸다. 불교, 원불교, 개신교, 가톨릭 등 4개 종교인과 지역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의 둘째 날에는 진월스님(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 대표)의 사회로 도법스님과 김영호 교수(경북대), 현경 교수(미국 유니온신학대)가 평화를 주제로 한 좌담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좌담회에서 오고간 내용을 정리했다. <정리=남동우 기자>
▧도법스님(남원 실상사 주지)
추상 아닌 진리위한 삶 절실
지금까지 모성성이라고 이야기될 수도 있고, 아름다움이라고 이야기될 수도 있는 내용들은 지금까지 세계석학들도 정치인들도 다 해온 이야기다. 그런데 왜 안 되는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과연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는가. 모성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는가. 불교적으로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인 돈이나 권력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개인의 삶을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는 큰 것이 좋다, 작은 것이 좋다고 이야기할 때, 이 것 또한 추상적인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불교가 진리다’고 하는 것도 추상적으로 다뤄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준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여실지견이다. 이것에 근거해서 삶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그 어떤 것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무엇을 중심으로 해서 사고하려는 노력을 한다. 부처님의 연기론으로 보면 그 어떤 것도 중심이 아니다. 세상은 이것이 중심이다, 이것이 근본이다, 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 문제만 보더라도 언어는 모든 것을 고정시키거나 분리시킨다. 말로 개념화시키면 그것은 반드시 고정화된다. 진리는 보편성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진리는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진리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했다.
▧김영호 교수(경북대)
서로 조화이룬 세계화 중요
헌팅턴은 21세기가 문명충돌의 시대라고 말했다. 지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문명, 그리고 성장가능성에 대해 많은 벽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지방분권을 모색하고 탈중앙선언을 하는 대안들을 주목하고 있다. 지리산에서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는 대안들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리산의 대안은 억지로 끌고 가는 대안이 아니라 강물처럼 흘러가서 바다를 이루는 대안이 되어야 한다. 또한 지리산의 자연도 중요하지만 시장도 중요하다. 우리가 그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절밖에 나가서 생활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진다.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나는 큰 것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자발적 청빈 안에는 근대를 이루지 못한 약점이 있다. 물론 나도 세계화가 미국화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모두 참여하는 세계화가 되어야 한다. 시장이 문제가 되면 시장에 비시장적인 요인을 도입하는 것이 중용이다. 일본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나는 일본밖에 모른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내가 일본밖에 모르는 사람은 일본도 모른다고 답을 했다. 차이가 나는 것, 서로 다른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름답다. 다른 문명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공해가 나쁘니까 공업화하지 말고 경제발전하지 말자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현경 교수(미국 유니온신학대)
갈등넘어 상생과 소통으로 가야
지금 시대는 문명간의 대화, 어떻게 하면 21세기에 갈라져 있었던 많은 집단과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까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한다. 문명 충돌을 문명 대화로 바꾸는 것, 갈등을 넘어서 나아가 상생과 소통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일이다. 최근 지구화의 특징은 독점적인 자본주의가 추상적인 금력ㆍ권력으로 지배하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우리 시대에서 가장 큰 신은 돈이다. 그 신을 예배하는 것이 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전도하는 사람들이 IMF나 WORLD BANK, GATT다. 이제 그것이 미국중심의 제국을 형성하고 있다’라고 말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부시와 주변에 있는 무기와 오일상, 몇몇 사람들의 집단이기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문명적 대안은 무엇일까. 여성적인 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 여성성은 생물학적인 여성성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수용하려는 마음, 다름은 인정하려는 마음, 그것을 여성이란 이름으로 상징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무조건 모든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미국중심의 지구화가 꿈꾸는 경제 정치 양태로 가면 우리 후손들에게 깨끗한 땅을 물려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장경제는 지구를 죽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