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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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역무원이 던진 희망의 빛
한승원
소설가

한없이 짜증스럽고 어지럽고 한심스럽고 슬프고 안타까운 세상이다.
한 학원장이 자기 학원 학생을 납치하고, 자기 친구인 여대생을 유괴하여 돈을 울거내려 들고 아파트나 은행에 뛰어들어 한번에 많은 돈을 보듬으려 든다. 아내 이름으로 혹은 남편의 이름으로 보험을 들어놓고 상대방을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한 다음 보험금을 타내려 한다. 한 택시기사는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한밤중에 자기 다리를 철길 위에 묶어 지나가는 열차 바퀴에 잘려나가게 했다. 한 젊은 아버지는 초등학생인 아들의 손가락을 절단하고 강도 당한 것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아무리 재주를 잘 넘는 손오공도 결국은 부처님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을 뿐이란 말이 있다. 한데, 재주를 부려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용용 죽겠지 하면서 달콤하게 잘 먹고 잘 살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생겨날 돈 뭉텅이에 시야가 가려 사리판단이 어수룩해진다. 그의 눈에는 돈 뭉텅이만 보일 뿐 자기의 실수와 사악함으로 말미암은 죄와 벌은 보이지 않고, 오직 성공만 보일 뿐 절대로 실패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수많은 이익단체들이 자기들의 이익만을 챙기려 들고 있다. 정치판의 추악한 무리들도 자기들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자기 한 몸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되고, 자기 자식들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내가 번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무어라고 한다는 것이냐 하고 골프 여행 간다고 나가서 카지노로 돈 날리고 망신만 사오기도 하고 고가 상품들을 밀수입하기도 한다. 그들은 우리를 거듭 절망하게 한다.
그러한 판에 우리는 모처럼 희망의 빛을 대하게 되었다. 한 젊은 역무원이 열차 바퀴 속으로 들어갈 위험에 처해 있는 어린 아이를 구한 다음 자기는 막상 두 다리 잘리는 사고를 당한 것.
얼마 전 일본에 유학 간 한 젊은이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보고 바야흐로 열차가 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들어 구해낸 다음 자기는 막상 목숨을 잃은 일이 아직 우리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착한 일을 하라는 가르침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귀 아프게 들어왔다. 한데 착함은 용기 가지지 않는 자는 이루어낼 수 없다. 이번 그 역무원의 착함과 용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 마음 속에서 사라져가는 착함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이 세상은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만연되어 있다. 로또 복권이 세상을 들끓게 한다. 학생들은 돈을 벌수 있는 쪽으로만 진로를 정한다. 아름다움이나 사람답게 사는 길은 번쩍거리는 돈 밖으로 멀리 밀려나 있다. 우리는 돈 저쪽으로 밀려난 착함이나 아름다움이 진실로 우리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들이 기껏 많이 가지고 있어보아야 죽어갈 때 입는 옷에는 호주머니가 달려 있지 않다.
“한 아이가 우물에 빠져 죽게 되어 있었다. 한 남자가 뛰어들어 그 아이를 구제했는데 그것은, 그 아이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돈 때문도 아니고, 자기의 사회적인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어찌 한 생명이 죽음에 직면해 있는데 차마 그냥 있을 수 있느냐는 짠한 마음 때문이다. 그 마음이 어짐(仁)이다”고 맹자는 말했다.
그 역무원이 다리를 다친 그 자리에 조그마한 돌이라도 하나 놓아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리게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어떠할까.
200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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