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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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달러
‘구호’에 묻힌 ‘고통’ 잊지 말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그 정부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이름을 통해 밝힌다. 예전에 많이 쓰던 공화국이라는 호칭이 정부의 아무런 이념을 보여주지 못한 반면, ‘무슨무슨 정부’라는 이름은 제법 그 정부가 나아갈 바를 제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공화국 시절에도 나름의 이념을 담은 것이 있었다. 바로 구호였다. 주로 대통령의 국정연설 등을 통해 선언처럼 던져지는 이 구호는 ‘문민정부’니 ‘국민의 정부’니 ‘참여정부’니 하는 지표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었다.
‘새마을 운동’과 ‘잘 살아보자’는 구호가 있었고, ‘사회정의구현’이라는 구호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통해 통치자의 찜찜한 구석을 숨기고 국민들의 정신을 빼놓으려 했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아주기는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이 21세기 ‘참여정부’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이런, 어쩌면 그리도 ‘수출 100억달러, 국민소득 1000달러 시대’와 똑같은지!
<법화경> 비유품에서 아이들에게 양과 사슴과 소가 끄는 수레가 바깥에 있다며 유인하는 아버지에게는 불난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내려는 목적이 있었다. 위험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흰 소가 끄는 큰 수레에 모두 싣고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그 아버지의 최종 목적이었다.
2만달러라는 구호가 우리를 어딘가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수레인 것은 분명한데, 정작 그 수레를 얻었을 때 갈아타야 할 수레가 흰 소가 끄는 더 큰 수레가 아니라 썩은 수레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된다. 정작 불난 집을 벗어난 아이들은 불이 난지도 모르는 것처럼 저 구호만 쳐다보다가는 고통스러운 주변을 모두 잊게 될 것도 걱정이다. 그 불난 집 속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가 있고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소득으로 살아가는 농가가 있기 때문이다. 선재 혼자 타고 갈 수레라면 썩은 수레만도 못한 게 아닌가!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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