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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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1)불상이미지의 이상과 현실
불상모습 조성국가·시대에 따라 제각각

몇 년 전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고창고성(高昌故城)을 대학원생들과 찾았다. 우리 일행이 버스에 내리자마자 그곳 어린아이들이 두 손에 방울을 가득 들고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그때 그 어린아이들 가운데 그곳에서 멀지 않은 미란 지역의 불상과 비슷한 얼굴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란 부처님이다”라며 가벼운 탄성을 지었다. 그러자 일행들은 그 아이를 향해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덕분에 그 아이는 손에 든 방울을 모두 파는 횡재를 누렸다. 미란 불상은 미란 사람을 닮은 것이다. 우리나라 불상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때 눈이 쌍꺼풀인지 아닌지를 본다. 애초에 인도에서 시작된 불상은 인도인처럼 쌍꺼풀이지만, 우리나라 불상은 우리나라 사람 얼굴을 모델로 삼았기 때문에 모두 외꺼풀이기 때문이다. 불상은 그 지역의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대지도론(大智度論)>에는 불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규범인 32상 80종호, 즉 112가지의 원칙이 조목조목 제시되어 있다. ‘몸이 황금빛으로 자마금과 같다’ ‘정수리에 육계가 있다’ ‘손이 무릎까지 내려간다’ 등 외형적인 특징부터 ‘목소리가 천둥소리 같되 맑고 부드럽다’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등 내면적인 특징까지 규정하고 있다. 또한 얼굴은 넓고 둥글며 달과 같아야 하고 위엄이 있어야 하며 구족하여야 한다는 등 여러 원칙이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각 지역, 각 나라에서 조성된 불상은 제각각이다. 서역불상은 서역인의 모습이고, 중국불상은 중국인의 모습이며, 일본불상은 일본인의 모습이다. 우리들이 원했던 붓다는 인도의 붓다라기보다는 한국의 붓다였던 것이다. 이처럼 불상의 이미지는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불상에 반영된 현실의 모습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고구려불상ㆍ백제불상ㆍ신라불상과 같이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나라마다 그 얼굴이 다르고, 통일신라불상ㆍ고려불상ㆍ조선불상 등 시대를 달리하더라도 그 모습이 다른 것이다. 도대체 이처럼 다양한 변화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고구려, 백제, 신라가 다른 이유는 각 지역의 사람들의 외모가 다르고, 불교사상이 다르며, 각 나라에서 유입한 불교문화의 경로가 다른 데 그 원인이 있다. 또한 시대별로 다른 이유는 시대마다 이상형이 다르고 불교사상이 다르며 역사적 배경이 다른 데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불상의 이미지는 지역마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들을 명쾌하게 밝히는 일이 미술사가들이 풀어야할 과제인 것이다.
원래의 불상은 인도인이지만, 각 민족들은 자신들만의 이상형을 펼쳐나갔다. 불상을 조성하는 규범이 불경에 자세하지만, 현실과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까지 규정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각국의 불상이 아무리 다양하더라도 첫눈에 불상인지 아닌지는 쉽게 구분된다. 그것은 다양함 속에도 불상만이 갖는 보편적인 특징이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불상의 이미지는 일즉다(一則多)요, 다즉일(多則一)인 것이다.
■경주대 문화재학부
200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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