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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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노동관
몸·입·마음 통해 안녕·평화 이룩
‘작은 이익도 노사공유’ 정신 강조

최근 한국사회는 노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노조의 활동이 왕성하다. 그러나 잦은 파업으로 인해 노조 때문에 국가가 퇴행성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많다. 노조가 나서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은 막강한 사회적 파워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회사라는 운명공동체의 일원이란 생각을 했으면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에게 나의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노동운동가들은 필자의 생각과는 다른 것 같다. 지금 수많은 기업체나 공공단체들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음에도 더 많이 챙기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요즘 노동 귀족이란 용어를 들은 적이 있다. 노동자의 연봉이 억 단위에 가깝거나 억 단위를 넘어간다면 필자와 같은 사람은 어디에 속한단 말인가? 그럼에도 국민을 볼모로, 국민의 세금을 더 많이 받아가기 위해 투쟁한다면 이 사회는 정의가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활동하던 당시의 인도사회는 중소수공업이 발전해 있었다. 따라서 고용주와 사용인은 도제의 형식으로 동거하며 일을 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회윤리를 ‘싱가라에 대한 가르침’이란 경전에 남기고 있다. 물론 3천여년 이전의 가르침이라 현대사회에 부적합한 것처럼 보이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 정신만은 현대인들이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므로 소개하기로 한다.
부처님은 여기서 고용주와 사용인 각각에게 다섯 가지의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인은 첫째 능력에 따라 일을 할당할 것, 둘째 먹을 것과 급료를 줄 것, 셋째 병들었을 때 간호할 것, 넷째 훌륭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줄 것, 다섯째 적당한 때 휴식을 줄 것 등이다. 이 가르침에 대해 후대에 붓다고사는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첫째 항목은 남녀노소에 따라 일을 할당하는 것이 달라야 하며, 각자의 역량을 초과하는 과중한 일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항목에 대해서는 연령에 따라 가족수당이나 사회비용 같은 것을 고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항목은 의료보험에 해당하는 것이며, 넷째 항목은 이익을 공유한다는 것으로 풀이한다. 다섯째 항목은 적당한 휴식제도를 말하며, 관혼상제나 특별한 경우 임시휴가를 주고 필요한 경비나 재물도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해설한다.
반면에 사용인 역시 다섯 가지 사항을 지켜 고용주에 대해 의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주인 보다 아침에 일직 일어난다. 둘째 주인 보다 나중에 잠자리에 든다. 셋째 주는 것만 받는다. 넷째 최선을 다해 일한다. 다섯째 고용인의 명예를 지켜준다 등이다. 이상에서 첫째와 두 번째 항목은 요즘의 출퇴근 시간을 생각하면 되리라 본다. 당시는 한 집에 동거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항목은 직장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정직하며 성실할 것을 말한다. 또한 불교의 다섯 가지 계율 중에서 훔치지 않는 것, 거짓 말 하지 않는 것 등의 규범과 직결되어 있다. 다섯 번째 항목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도자의 명예를 지켜주고, 칭찬함으로서 대립하기 보다는 화합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상의 가르침에는 상생의 정신이 전제되어 있다. 상생의 정신은 공유와 분배의 정신을 토대로 공동의 안녕과 평화를 지향한다. 상생에는 우선 몸과 입과 마음의 화합이 있다. 불교윤리의 기본은 몸과 마음과 입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과 입을 통해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몸과 입, 그리고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분란과 평화가 엇갈리기에 세 가지의 화합을 강조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계율과 견해와 이익의 화합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몸, 입, 마음의 화합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입장에서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맑고 청정한 정신의 공유, 남을 아프게 하고 자신의 실속을 챙기기 위한 견해에 대한 경계, 작은 이익이라도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자 하는 정신 등이 여기에 있다.
이상의 가르침은 관념적이고 비현실적인 방식이 아니다.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지속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 세상에서 각자가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시대적 환경은 다르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호소력을 지니는 것은 상생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노사문화의 건설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인 견해지만 몸, 입, 마음을 화합하고, 뒤이어 계율(청정한 절제의 정신), 견해, 이익을 화합할 수 있다면 노동쟁의가 필요한 까닭이 없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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