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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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암스님(下)
솔직·구수한 말솜씨 좌중 압도
수행중 비화 공개…‘밤의 법문’

“공부 좀 한 스님이구먼!”
이 말이 재미가 있다. 인암스님의 경험담에서 나온 말이다.
송광사 강당(講堂)의 종업식(終業式)이 있던 날 전야였다. 학인 스님과 사중 노스님이 자리를 같이 하며 다과를 나누는 자리였다. 사중 스님네의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드리면서 노스님의 소참법문을 부담없이 듣는 시간이었다.
해청당 공양방에는 다과회 준비가 무르익었고 시간이 흐르자 일부 노스님네는 자기 뒷방 처소로 하나 둘 떠났다. 인암스님만 마지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스님, 공부하실 때에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학인들이 청하자 스님이 입을 떼었다.
“뭐, 공부한 게 있어야지…”
그런 서두로 구수한 스님의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배꼽을 잡고 웃지 않는 스님들이 없었다.
“그 날은 초파일 저녁이었지. 나는 소임이 원주였고.” 스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그때, 대부분 스님들은 대웅전 앞마당으로 나가서 후원이 텅 비어 있었다. 초저녁에 연등에 불을 켜고 밤이 깊어지면 제등 행렬로 마감을 한다. 불자들 역시 연등 행사에 동참하여 후원은 한적하기 짝이 없었다.
원주는 후원의 주인이란 뜻이다. 원주인 스님은 후원에 남아서 여기저기 아궁이 화재 조심도 할 겸 객실을 빙 둘러보고 다니는 중이었다.
마루 끝에 한 비구니 수좌 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혼자 화두를 챙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 원주가 가도 끄덕 않고 앉아서 허리를 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용기를 주었다.
홀연 스님은 비구니의 양쪽 어깨를 만졌다.
이 대목에 와서 큰방 대중이 박장 대소하였다.
“하하, 하하하.”
다행히 다른 큰스님들이 안 계셔서 문제가 없었다. 자칫하다가는 총림에서 말이 나오면 난처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율사 스님이 알면 큰 문제다. 대중이 눈물이 나올 지경으로 크게 웃고 있는데 갑자기 큰방 문이 열렸다. 웃음소리가 커지자, 큰방 앞을 지나가던 한 노스님이 들어오시는 것이다. 큰방 안을 둘러보고 불청객 노스님은 의아해 하신다.
“……?”
내가 말했다.
“스님, 앉으십시오. 인암 노스님께서 지금 초파일 법문을 해주고 계셔요.”
“아, 그래? 초파일 법문이 그렇게 재미있는 법문인가?”
노스님은 그냥 나갔고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그 비구니 스님은 양쪽 어깨를 만져도 가만히 있었다. 이때 스님이 손을 떼면서 비구니 스님에게 큰 소리로 말하였다.
“공부 좀 한 스님이구먼!”
여기서 더욱 웃음소리가 높아졌다.
“하하, 하하하.”
모두가 너무 솔직하고 구수한 스님의 말솜씨에 반하였다.
“공부 좀 한 스님이구먼!” 마치 큰스님이 선방 수좌 공부를 점검할 때 쓰는 말투였다.
인암 스님은 그 외에도 비화(秘話)를 많이 들려주었다. 다른 스님의 이야기가 대낮의 법문이라면 인암 스님의 이야기는 밤의 법문이다.
점점 더 솔직해지는 것이 노인의 모습인가.
스님은 과거 허물을 지어 참회한 일들도 들려 주었다.
그때는 절에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어두컴컴한 큰 방 안에서 밤 9시까지 경을 펴고 읽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조계산에 자청해서 하루 이틀 동안 산감(山監)이 되어 산 중턱에서 지내기를 좋아하였다. 절에서 산까지 밥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있어서 더욱 좋았다. 산을 지키는 게 좋다기보다는 어두운 방안에서 경을 읽는 게 지루한 탓이다. 한번은 산에서 내려가기 싫어서 꾀를 부렸다. 살그머니 불을 놓아서 스스로 끄고 보고를 하였다.
“스님, 아직 내려갈 때가 아니구먼요.”
절에서 승낙이 떨어졌다.
“그래, 하루 더 지내거라. 산불이 재발되면 안 된다.
■송광사
200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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