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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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가 없는 윤회
먹고 배설하는 것·숨쉬기도 윤회
마음자리에 따라 끊임없이 진행

조금만 다쳐도 비명을 지르고 매일 닦고 가꾸는 우리 몸은 사실 하루에도 수많은 양의 세포가 죽어 배설되기도 하고 체내에서 불필요하게 된 세포들이 스스로 자살하여 제거되어 없어지기도 한다. 또한 우리 몸의 안팎은 정상세균총이라는 세균 덩어리로 뒤덮여 있어서 이들과 더불어 공생하고 있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이 정상 세균들은 나라는 숙주가 (물론 나에게는 이러한 미생물이 없으면 죽음에 이르기에 이러한 미생물이 나의 숙주라고 볼 수도 있다) 더 이상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즉시 나를 파괴하고 새로운 터전을 향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해 간다. 이러한 예는 에이즈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것은 결국 에이즈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건강할 때는 얌전했던 이러한 정상 미생물들의 공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도 잘 나타나있다.
또 우리는 잠깐이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죽고,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산소뿐만 아니라 음식과 물을 공급받고 배설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듯 나 하나로 고정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서만 그 존재가 유지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는 이러한 개방체계(open system)인 것이다. 무생물도 환경과 주고받는 그 시간의 진행 속도가 우리의 인식 속도와는 다르기에 변화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개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생물체와 다를 바 없다. 열역학적으로도 이 세상에 폐쇄계가 존재할 수는 없으며 주위와 관계를 맺지 않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렇기에 밥과 고기를 먹어 내가 유지된다면 그 밥과 고기가 내가 된 것이요, 내 몸의 세포가 배설되어 미생물에게 활용된다면 내 몸이 미생물이 된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햇볕이 내 몸의 일부가 되고, 땅에 핀 채소 한 포기가 내가 되고 있으며, 들숨으로 공기 중의 산소가 내 몸의 일부가 되고 날숨으로 내 몸속의 수분이 공기 중에 나아가 비도 되고 풀을 키우기도 한다. 이것이 지금 이 순간의 윤회이자 앞뒤 없는 진정한 윤회인 것이다.
내 마음은 어떠한가? 들판에 핀 꽃을 바라보아도 어떤 이는 욕심으로 그 꽃을 어떻게 해서라도 꺾어 자기 집에 가져갈 생각을 한다면 제 욕심만 차리는 축생의 자리에 이미 떨어진 것이지만, 그 꽃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한 마음을 지닌다면 이미 그 순간의 그 사람은 천상에 태어나 있는 것이다. 내 마음 자리가 어디 있는가에 따라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육도윤회를 동시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굳이 말하여 중음(中陰) 등을 거쳐 윤회를 거듭하는 것은 나라고 하는 실체 없이 허망한 집착심이요, 이러한 나라는 한 생각에 잡혀 있는 이상 그것에는 과거심, 현재심, 미래심이라는 앞과 뒤가 있으니 어찌 끊임없는 윤회를 쉴 수 있을 것인가.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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