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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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열 바라문의 법문
구도생활의 어려움 칼산에 비유
아만심 버리는 결단서 삼매 열려

선재동자는 비목구사 선인으로부터 남쪽 이사나라고 하는 마을에 있는 승열(勝熱) 바라문에게 가서 법을 물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이사나 마을에 이르러 보니 승열 바라문은 여러가지 고행을 닦으며 온갖 지혜를 구하고 있었다. 사면에는 큰 산과 같은 불 무더기가 있고, 그 속에 높고 가파른 칼산(刀山)이 있는데, 승열 바라문이 그 산위에 올라가서 불 무더기에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선재동자가 그에게 예배하고 나서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는 법을 가르쳐 주기를 청하자 승열 바라문은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대가 만일 이 칼산 위에 올라가서 저 불 무더기에 몸을 던지면 모든 보살행이 모두 성취될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선재동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불법을 듣기 어렵고, 선지식을 만나기 어렵고, 법을 따라 행하기 어려운 것인데, 이것은 마귀 혹은 마귀가 하는 짓이 아닌가. 마귀의 험악한 무리들이 보살이나 선지식의 모양을 꾸며 보이면서, 나에게 선근을 심기를 어렵게 하고, 목숨을 지키기를 어렵게 해서 내가 모든 지혜의 도(道)를 닦는 것을 장애하고 나의 불법을 막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수많은 범천 ·마군(魔軍)·자재천왕·야차왕 등 열세 가지 대중이 공중에서 자신들이 제각기 승열 바라문의 교화를 받았음을 밝히고 그의 덕을 찬탄하고 선재동자에게 의심을 내지 말라고 권하였다. 선재동자는 이러한 법문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승열 바라문 앞에 엎드려 절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거룩한 선지식에게 좋지 못한 마음을 내었던 것을 참회하고, 그것을 받아주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승열 바라문은 선재동자에게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보살이 누구든지 선지식의 가르침을 순종하면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하여 흔들리지 않는다. 마땅히 알아라. 이러한 사람들은 광대한 이익을 얻으리니 보리수 아래 앉아서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리라.”
이 게송을 듣고 나서 선재동자는 즉시 칼산에 올라가서 불 무더기에 몸을 던졌다. 선재동자는 내려가는 중간에서 보살의 잘 머무는 삼매(善住三昧)를 얻었고, 몸이 불꽃에 닿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신통삼매(寂靜樂神通三昧)를 얻었다.
이때 승열 바라문이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다함이 없는 법륜(無盡輪)이라고 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을 뿐이다.”
이는 선재동자가 선지식으로부터 상식을 넘어선 가르침을 듣고 오해하여 그에 대해 의혹을 품었다가 주위의 권유에 의해 오해를 풀고 참회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에 따름으로써 훌륭한 삼매를 얻게 되는 이익을 얻는다고 하는 것이다. 선재동자가 처음에 승열 바라문의 가르침을 듣고 의혹을 품게 된 것은 지혜의 눈을 가지고 상대의 근기를 알아보고 거기에 맞는 가르침을 베푸는 선지식의 지도를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대하였기 때문이다.
구도의 태도는 훌륭한 스승인 선지식의 가르침에 순응하는 것이 근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자신과 관련된 일체의 것을 버리고 선지식의 가르침이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 심지어는 목숨을 버리는 일까지도 기꺼이 따른다고 하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선지식이 고행을 하는 외도(外道) 수행자의 모습을 하고 칼산(刀山)에 올라가서 불 무더기에 뛰어내리라고 가르치는 것은 구도생활이란 힘들고 어려운 것을 극복하고 자기의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구도생활에서 진정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무엇이며 버리기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만심(我慢心)과 미혹한 자기나름대로의 생각인 것이다. 그것을 완전히 버리고 떨쳐버리기가 그야말로 험준한 칼산에 오르고 불 무더기에 몸을 던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용맹스러운 결단이 필요하다. 칼산에 올라서 불 무더기 속으로 몸을 던진다고 하는 것은 용맹스러운 결심을 일으켜 아만심과 미혹한 분별망상을 반야의 지혜의 불꽃으로 태워버리고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가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선재동자가 선지식의 가르침에 순응하려 결심하고 칼산에 올라 불 무더기에 몸을 던졌을 때, 내려가는 중간에 이미 보살의 선주삼매를 얻고, 불꽃에 몸이 닿자 보살의 고요하고 즐거운 신통삼매를 얻었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를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깨달음의 세계는 미혹한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진실한 가르침에 따르려 결심하는 그 순간에 이미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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