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평우 종교보다 학문·인류학적 고찰 우선

이기선 불교유산은 신앙 결정체·예경 대상

문화재위원의 자격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이 최근 열린 한 토론회에서 “특정 학회나 협회, 특정 종교에 소속되어 이익집단처럼 행동할 수 있는 분들은 문화재위원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한 주장이 불씨다. 스님 3명이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으로 있는 불교계는 “스님을 이익 집단에 비유하는 것은 불교문화재의 특수성을 모르는 발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편집자주>

▧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올해 새로 임명된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건조물과 동산문화재 분과 위원 중엔 특정 종교와 단체의 이익을 대표할 위원이 있으며 사적분과에는 과거 잘못된 판단으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데 전초를 제공한 위원도 포함되어 있다.
문화재전문위원 선정도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나눠 먹기 식의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장인, 무형문화재-인간문화재)는 제외되어 있는 문제점이 있다.
불교문화재의 잘못된 복원, 보수는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문화재위원들도 문제가 있지만 잘못된 자기주장만 하는 일부 소수 스님들(일부 불교계)에게도 있다. 일부 전문가(문화재위원 포함)의 무지도 있지만 자기이익만 주장하는 일부 불교계 분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불교문화유산이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때 단지 ‘예배의 대상’이나 ‘종교적인 가치관’만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불교문화유산이나 민속(무속)이나 여러 문화유산들은 역사적, 학문적, 인류학적 가치가 우선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불교문화유산의 주인은 스님이나 불교계가 아니라 전 국민이기 때문이다.

▧ 이기선(조계종 성보보존위원)

‘고기는 씹어야 맛이요 말은 해야 맛’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인사(人事) 뒤에는 늘 뒷말이 무성하다. 우리 문화유산의 보전관리를 위한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전문위원의 명단이 발표되자 전보다 개선된 점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위인’이 들어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시비를 가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불교계로서는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불교문화재는 불교인만의 것은 아니고 모든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그의 주장은 옳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모든 나라는 애써서 자기 나라나 민족의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자기네 문화유산을 보전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까닭은, 문화유산은 바로 자국(自國) 역사의 구체적 물증이기 때문이다.
불교문화유산은 문화재이기에 앞서 신앙의 결정체요 예경의 대상으로 조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문화유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불교문화유산의 위상에 견주어 그 보전과 관리에서 불교계의 책임과 권한은 당연히 인정되어야 한다. 이는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문화재위원은?

문화재보호법 제3조 ‘문화재위원회 설치’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 활용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조사, 심의하는 곳이다. 현행 문화재위원회 규정에는 90명 이내의 문화재위원과 그 밑에 180명 이내의 전문위원을 둘 수 있으며 둘 다 임기는 2년이다.
문화재위원회가 하는 일 중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어떤 문화유산이나 사람을 국보나 보물, 사적, 천연기념물, 무형문화재와 같은 국가문화재로 지정하거나 지정을 해제하는 일이다. 이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고고학적 발굴과 기존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의 모든 행위, 예컨대 수리나 복원도 반드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현행 문화재위원회는 각기 특수성에 따라 건조물문화재, 동산문화재, 사적문화재, 무형문화재, 천연기념물, 매장문화재, 박물관, 문화재 제도 등 8개 분과로 나눠져 있고 분과별로 10명 안팎의 위원이 선임돼 있다. 이 중 불교계에선 동산문화재 분과에 범하 스님(통도사 성보박물관장)이 문화재위원으로, 흥선 스님(직지사 성보박물관장)이 전문위원에 위촉돼 있다. 조계종 기획실장 현고 스님은 올해 새로 신설된 문화재 제도 분과 문화재위원이다.
문화재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등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제 4577호)인 ‘문화재위원회 규정’으로 따로 정해 놓았는데, 문화재위원의 자격에 관한 사항은 제2조(구성) 2항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계(四季)의 권위자 중에서 문화재청장이 위촉한다”는 원칙이 전부이다. 권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