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욕심에 아이가 힘들어요
방학을 맞아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을 보는 일이 이제는 그리 낯선 일도 아니지만 얼마 전부터는 초등학생들까지 이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고 한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어학연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아이들이 해외에서 산다. 이러저러한 형편 속에서 생겨난 신조어가 있다. 바로 ‘기러기 아빠’다. 기러기는 가족애가 두터운 새라고 한다. 외국에 자녀와 아내를 보내고 혼자서 희생하고 사는 아버지들의 처지를 비유한 말이다.
부모 없이 혼자 유학생활을 하는 아이들 중에 공부는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유흥에 빠져 마약까지 손대는 사례가 발생하여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다 보니 어머니가 현지에서 같이 지내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사건처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아버지들은 불륜에 빠져들고 이혼의 충격으로 자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번뇌 중에 ‘계금취견(戒禁取見)’이라는 것이 있다. 잘못된 계율을 바른 계율인 줄 알고 따르는 것을 말하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성과를 냈다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인데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을 가리킨다. 조기유학을 통해 성공적인 삶을 만들어낸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자녀도 그와 똑같이 만들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일도 여기에 해당한다.
과연 낯선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뤄주기 바라면서 자녀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위안하고 살지는 않는가?
교육정책과 제도에 대한 불신, 불안한 미래 등 환경 탓을 하기에는 가족의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부작용이 너무 크다. 잠시만 욕심을 접고 아이의 눈을 바로 보아야겠다. 다른 사람의 인생 그대로가 내 아이의 인생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