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무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 노사갈등은 도저히 회피할 수 없는 보편적 현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은 자본과 노동 간의 사회적 결합에 의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그 결합에 의해 생산된 생산물은 시장에서 화폐로 전화되어 다시 노동과 자본으로 분배되어야 한다. 때문에 노사갈등과 그 반복성은 자본주의사회의 내재적 본성이다.
그러나 노사갈등이 표출되고 해소되는 방식은 각 사회마다 다르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다양한 자본주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크게 대별해 볼 때, 시장기제를 강조하는 ‘영미식 자본주의’냐 혹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하는 ‘라인형 자본주의’냐에 따라 노사갈등의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의 경우 노사갈등은 전적으로 시장기제에 의해 조정되기 때문에 시장 장악력이 약한 약자는 곧 패배자가 된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 국가의 개입에 의한 노사간의 대화와 타협에 따라 노사갈등이 조정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사용자가 유리해지고 어떤 때는 노동자가 유리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통상 우리는 전자를 영미식 신자유주의적 모델로, 후자를 유럽식 조합주의 모델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어떤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그에 기초한 노사문화의 제도화이다.
그러면, 한국사회의 노사갈등 양상과 그 해결방식을 보자. 주지하듯 한국사회에서 자본주의발전은 국가주도로 이루어져 왔다. 그리고 그 동안 한국사회는 국가에 의해 억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노사갈등을 억제했거나 혹은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는 국가의 개입에 의한 조합주의적 방식으로 노사 갈등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경영자는 영미식 모델을 선호하고 있으며 노동계는 파업 중심의 극한적 투쟁방식을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사회의 일각에서는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존재하지 않거나 약하기 때문에 영미식 모델이 적합하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유럽식 조합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볼 때,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는 특정한 형태의 노사관계 및 갈등 해결방식이 제도화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일련의 파업사태에 대해 노무현 정부가 일관된 정책기조 없이 대응한 것도 우리사회에 제도화된 노사문화가 부재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문화에 부합하고 한국사회에 적합한 바람직한 노사문화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다. 때문에 여기에서는 바람직한 노사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세계관으로서 불교에 주목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불교의 연기설에 입각할 경우, 생산의 사회적 성격은 노자(勞資)관계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노사관계의 매개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존재가 상호의존적 발생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노사관계에는 노사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이미 생물권과 생명권,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사회 전체의 연대책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럴 경우, 노사갈등은 노사간의 상생을 넘어서서 모든 존재의 상생을 결과하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의 제도화는 형식적으로는 조합주의적 형태를 띠겠지만 내용적으로는 노사, 정부,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나 종교단체와 같은 공익단체의 참여가 모두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