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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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중독된 세상
진실한 나의 세계를 보려면…

한 사람이 바라보는 세계의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부파불교에서는 일체라는 말로 세계를 설명하면서 5온, 12처, 18계가 일체라고 한다. 12처를 예로 들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범위까지가 나의 세계라는 말이다. 그러니 사람마다 느끼고 있는 세계의 크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선재는 당당하게 자기 삶을 마치지 못하고 자기가 만든 세상에 눌려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매달 20만~30만원의 이용 요금을 내야할 정도로 인터넷 게임을 즐기던 초등학교 여학생이 어머니가 이를 나무라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게임 때문에 꾸중들었다고 목숨을 끊은 것도 기가 막힐 일이지만 초등학생이 그랬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한다. 선재는 참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그 아이가 알고 있던 세상의 전부가 게임이었을 테고 그것을 못하게 되었으니 세상이 모두 사라진다고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세상이란 12처로 이루어진 것이 전부라고 했던 옛 어른들의 의도는 그것이 무아라는 점을 더 강조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놓치면 안된다. <아함경>에서 “눈이 만일 나라면 핍박의 괴로움을 받을 까닭이 없고, 이리저리 원하는대로 할 수가 있으리라. 그러나 눈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핍박의 괴로움을 받고, 이리저리 원하는대로 할 수가 없다. 귀, 코, 혀, 몸, 생각 또한 그와 같다.”는 말씀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울 일이 아닐 만큼 무수히 등장한다. 12처 어느 곳에서도 나를 찾을 수 없다는 말씀이다.
12처로 바라보는 세상은 내가 만들어낸 세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는 나의 진실한 모습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게임 속에도 있을 수 없고 어머니가 꾸중한 그 세계에도 있을 수 없다. 정면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등 쪽은 나의 세계에서 벗어난다. 조금만 시선을 빗겼어도 게임에만 매몰되어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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