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념의 순간 부처님 경계와 하나됨 설해
자연의 지혜로 모든 중생 끊임없이 교화

선재동자는 휴사 우바이로부터 남쪽 바다 조수 이는 곳의 나라소(那羅素)라는 나라에 비목구사(毘目瞿沙)라 불리는 신선을 찾아가 보살행에 대해 물으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나라소국에 이르러 비목구사를 찾아보니 그는 큰 숲속에 있는 전단나무 아래에서 풀을 깔고 앉았는데 일만이나 되는 무리를 거느리고 있었다.
선재동자가 그 앞에 나아가서 예배드리고 나서 보살행을 배우고 닦는 법을 물었다. 그러자 비목구사는 자기의 무리들을 돌아보며, 이 동자가 이미 보리심을 내어서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려한다고 말하면서 선재동자를 칭찬하였다. 이 말을 들은 여러 신선의 무리들도 가지각색의 묘한 향과 꽃을 뿌리며 선재동자를 예경하였다. 그리고 그가 반드시 모든 중생을 구호하여 괴로움을 없애줄 것이라고 찬탄하였다.
이때 비목구사는 자기의 무리들에게 “선남자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보리심을 내면 반드시 온갖 지혜의 도를 성취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선남자는 이미 보리심을 내었으므로 마땅히 모든 부처의 공덕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보리심의 공덕이 위대함을 말하고 또 선재동자가 보리심을 낸 것을 찬탄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비목구사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대적해서 이길 수 없는 깃발의 해탈(無勝幢解脫)을 얻었노라.” 이 말을 들은 선재동자가 그 해탈의 경계가 어떠한가를 묻자, 비목구사선인은 오른 손을 펴서 선재의 정수리를 만지며 선재의 손을 잡았다. 그 때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이 시방으로 십불찰 미진수 세계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 가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 세계와 거기에 모인 대중과 부처님의 상호가 훌륭하게 장엄되어 있음을 보고, 또한 그 부처님이 중생들의 마음을 따라 설법하는 것도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저 부처님이 가지가지 지혜로 모든 서원을 원만히 하는 것도 보고, 저 부처님이 청정한 서원으로 모든 힘을 성취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기의 몸이 그 모든 부처님 앞에서 일주야 혹은 이레를 지내기도 하고 내지 미진수 겁을 지내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그 때 선재동자는 보살의 무승당해탈의 지혜광명이 비춤으로 해서 비로자나장 삼매의 광명을 얻는 등 다섯 가지 지혜 광명이 비춤으로 해서 다섯 가지의 삼매광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목구사선인이 선재의 손을 놓으니 선재동자는 자기의 몸이 다시 본래의 자리에 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비목구사 선인이 선재동자의 정수리를 만지며 손을 잡는 순간에 선재동자가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갔다가 나옴을 설하여, 일념(一念)의 순간에 부처님의 경계와 하나가 되는 법을 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비목구사가 이러한 법을 보이고 선재동자가 이것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선재동자가 이미 보리심이라고 하는 청정무구한 지혜의 마음을 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어떤 사람이라도 보리심을 내면 반드시 일체지(一切智)의 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보리심을 낸 선재동자를 비목구사는 일만이나 되는 무리와 더불어 칭찬하고 나서 모든 부처의 공덕을 갖추는 법을 보살의 무승당해탈법문으로써 설하고 있는 것이다.
비목구사는 범어 비슈못타라 니르고샤의 줄임말로서 그 의미는 ‘일체지의 소리로써 중생세계의 두려움을 없애고 안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선인(仙人)으로 되어 있는 것은 청정하고 순수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한 그가 살고 있는 나라의 명칭이 나라소인 것은 그 의미가 청정한 지혜로써 중생을 이롭게 하는 데에 게으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목구사가 머무르고 있는 지역은 바다의 조수가 이는 곳이다. 이것은 해조가 저절로 끊임없이 드나드는 것처럼, 보살이 인위적이 아닌 자연의 지혜로써 모든 중생들의 근기에 알맞게 끊임없이 교화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면 일념에 의해 부처님의 경계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발원해서 스스로의 참생명에서 솟아나오는 지혜의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부처님은 과거 무량겁 전에 발심해서 영겁에 걸쳐서 발심수행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수행자는 바로 그러한 부처님의 정신을 본받아 그것을 나의 것으로 해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하셨던 것을 일념의 순간에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념의 순간에 청정한 지혜가 발동하여 부처님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살의 무승당해탈은 보리심에 근거한 발원에 의해 청정한 지혜 광명이 자연스레 작용하여 끊임없이 중생들을 자비로써 교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보살은 부처님과 하나가 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