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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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이야기(4)-승가
화합·격려하며 수행하는 ‘동행자’
비구중심…점차 비구니로 확산

불교의 세 가지 보배 중에서 맨 마지막에 강조되는 것이 승보이다. 승보의 승(僧)은 승가(僧伽)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 그리고 승가라는 단어는 인도어인 상가(Samgha)를 음역한 말이다. 때문에 한문 글자의 의미 보다는 범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살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상가라는 단어는 교단이나 집단이란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 본래 ‘밀접한 결합’을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부처님이 활동하던 당시에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나라의 일을 결정하는 정치체제를 이 단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따라서 부처님은 이러한 의미를 소중하게 여겨서 불교도들의 모임, 혹은 그들의 집단을 승가라 명명한 것이다.
부처님 당시의 도시국가들은 우리나라의 신라시대에 시행되고 있었던 화백회의처럼 만장일치 형식의 협의 내지 의견의 수렴과 통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부처님은 교단을 이끌게 되면서 바로 도시국가들의 전통적인 통치 방법 중의 하나인 승가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물론 당시는 도시국가에서 전제왕권시대로 전환되고 있었다. 따라서 부족을 통합한 통일 국가들이 속속 등장하게 되며, 그들은 더욱 큰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이웃 나라를 침범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전쟁이란 어떠한 명분이 있던지 사람들의 피를 요구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전제 왕권의 강화와 전제 왕국의 확장이 빚은 댓가였다. 죽음과 그 희생의 결과 수립된 왕조들은 왕족의 권력과 부의 팽창을 약속했는지 모르지만 평범한 서민들은 강제와 위협 속에서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의 희생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부처님은 전제왕권의 폐해를 직시하게 된다. 그것은 강압과 비례하는 인간성의 상실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인간이 인간성을 최대한 존중받으면서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여기서 그는 과거 수많은 인도의 부족들이 채택해왔던 공화제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상가였으며,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 역시 이 공화제의 법칙에 따라 승단을 운영하고 대중들을 교화한다면 당신이 꿈꾸던 세상의 건설이 결코 무망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승가의 운영 형식은 강제하지 않는 것이었다. 각자의 의지를 최대한 존중해 주되 공동의 이념과 약속에 따라 줄 것을 요청했다. 따라서 승가를 한문으로 의역해서는 대중이 화합한다는 의미의 ‘화합중(和合衆)’이라 풀이했다. 또한 상가의 구성원 각자는 평등했으며, 그렇기에 계급도 통솔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훌륭한 동행자로서 각자를 격려하고 화합하며 수행에 매진할 뿐이었다.
물론 초기불교시대에 있어서 승가의 구성원은 주로 비구들이었다. 그러던 것이 비구니의 출가와 함께 2부중이 되며, 야사의 출가로 인해 그의 부모와 아내가 재가자로서 부처님에게 귀의하게 된다. 여기서 재가자들은 출가자들의 인도를 받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합당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도리였으며, 출가자들은 여법하게 수행하며 스승으로서 재가자들의 귀의를 받고, 그들을 인도하는 것이 임무였다. 따라서 상가는 출가자들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었으며, 출가자들 중에서도 비구들이 중심이었다.
승가가 불교의 세 가지 보배가 된 이유는 승가가 지니고 있는 이상과 같은 몇 가지의 이유 때문이었다. 특히 불교적 이상을 실현하는 전진기지라는 본질적 임무는 보배 이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부처님께서는 “승가에 대해 굳은 신념을 품노라. 세존의 제자인 승가는 능숙하게 행하며, 올바르게 행하며, 지혜롭게 행하며, 굳게 행하도다. 세존의 제자인 승가는 공양받아야 하며, 존경받아야 한다. 합장해야 할 세상에서 위없는 복전이니라”(상응부경전12)고 말씀하고 있다. 물론 이상의 인용문에서 승가의 이상에 대해 굳은 신념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평등과 자유, 생명의 존엄성 호지와 자비의 확산이라는 가르침을 실천하는 문제에 대한 불변의 신념이었다. 동시에 그들을 현실 속에서 구체화해 가는 도정 속에서 취하게 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인용문에서 말하는 승가는 비구를 지칭하는 것이며, 확대해석하면 2부중인 비구와 비구니를 가리키는 것이다.
<별역잡아함경>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가 출가임을 밝히고 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떤 천인이 찾아와 나눈 대화 중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누구라도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남이 나를 화나게 할 때 참아내기 어렵고/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이 남에게 베풀기 어려우며/ 곤경에 빠져서 계율을 지키기 어려우며/ 젊은 나이에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애욕을 끊고 출가하기 어렵다.”
<본지 상임논설위원·불교학 박사>
200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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