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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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시계와 덕산의 점심(點心)
시간과 공간, 시작도 끝도없는 것
육근에 길들여진 생각으로 느낄 뿐

생물체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체내 시계를 지니고 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항상 반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과거로부터 현재를 거쳐 미래를 향하여 끊임없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하지만 경에서는 시간은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하여 처음도 없고 끝도 없다고 하며, 금강경에도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 옛날 금강경 강의로 유명했지만 아직 사물(事物)의 시간에 길들여져 있던 당시의 덕산 선사가 위의 구절을 들며 어느 마음으로 떡을 받겠느냐는 노파의 한마디에 아무 말 못했다는 선화(禪話)도 있을 정도이다.
생명체 내부의 시계를 포함해 자연의 시계는 돌고 도는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시간이 과거로부터 미래를 향하여 한 방향으로 간다고 느끼고 있을까?
우리의 시간이 방향성을 지니게 된 것은 태어나 언젠가는 소멸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체가 자신의 육근(六根)에 길들여진 생각으로 자신과 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겨난 허망한 모습일 뿐이다. 시간과 공간이 상대적으로 상의상존함을 보여주는 현대 물리학에서 빛의 속도를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한 물질의 세계에서는 결코 시간을 거슬러 갈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개체의 아상(我相)에 길들여지지 않은 본디의 시간은 이와 다르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어떤 것일까?
생물체가 지닌 체내 시계는 주기적으로 사이클을 돌며 사계절은 반복되고 사물은 성주괴공을 되풀이 하고 있으니 원을 하나 그려보자. 나라는 생명체는 원주 상의 한점(태어남)과 또 다른 한점(죽음)을 잇는 것이기에 출발과 종점이 있고 방향성을 지닌다. 그러나 전체의 원을 보면 결국 무엇을 출발점이라고, 무엇을 종점이라고 할 것도 없다. 커다란 원이 있을 뿐이고 결국 돌고 돌 뿐이다.
비록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한 물건을 나타내기 위해 큰 원을 하나(一圓相) 그리기도 하고 그 안에 점을 찍기도 하지만, 어차피 임의의 크기로 그린 원이기에 그려 놓은 원의 반지름을 조금씩 줄여가 보자. 점점 작은 원이 되었다가 점으로 되고 점점 더 작게 하니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아 없어져 버릴 것이다.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원주 상에서 한 방향으로 흐르던 시간은 점이 되었다가 없어진 듯 보이기에, 굳이 말한다면 한 점(一刻) 속에 무수한 시간이(永劫) 담겨있으며 결국 시간이란 애초로부터 가거나 오는 것도 아니요, 있거나 없는 것도 아닌 것이다. 시공(時空)이 이럴진대 이 비유를 통해 굳이 말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일 뿐이다.
언젠가는 죽을 우리로서는 복제나 인공 장기 등을 개발해 환자의 생명을 몇 일 더 연장,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는 따위의 생명과학에 흥분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죽어가는 어린이가 수없이 많은 아프리카의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생명과학 발달에 더욱 관심을 두고 힘써야 할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면역학교실
200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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