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바다속에서 자비로 중생교화
일체 불국토 장엄하려고 보리심 내

해당 비구로부터 남쪽 해조(海潮)라는 곳에 있는 보장엄이라는 동산의 휴사 우바이(여성 재가신도)에게 가서 법을 물으라는 가르침을 받고, 선재동자는 그를 찾아갔다. 온갖 보배나무와 보물로 훌륭하게 장엄된 그 동산에는 무수한 보배로 아름답게 장식된 광대한 궁전이 있었는데, 휴사 우바이는 갖가지 장식으로 치장하고 그곳의 황금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주위에는 시방에서 무수한 중생들이 운집하여 그녀를 친근하며 공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우바이를 보는 이는 모든 병이 다 없어지고, 번뇌의 때를 여의고, 나쁜 소견을 없애게 되며, 수없이 많은 장애를 부수고 걸림없이 청정한 경계에 들어가는 등 이루다 헤아릴 수 없는 이로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휴사 우바이에게 나아가 예배드리고 보살행을 배우고 닦는 법을 물었다. 이에 대해 휴사 우바이가 설법하는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선남자여, 시방세계의 부처님들이 항상 이곳에 오셔서 나에게 설법해 주시고, 나는 항상 부처님을 뵙고 설법을 들으며 여러 보살들과 함께 있다. 나와 함께 있는 대중은 팔만사천억 나유타인데 모두 이 동산에서 나와 함께 수행하며 위없는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고, 이 동산에 있는 다른 중생들도 또한 그렇게 된다.”
휴사 우바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을 ‘해조(海潮)’라고 한 것은 그의 행을 비유해서 나타낸 것이다. 선지식이 생사의 바다에 머무르면서 중생들을 제도해야 할 시기를 알아서 그 때를 잃지 않고 지혜와 자비로써 적절히 교화하는 것이 마치 큰 바다의 조수(潮水)가 끊임없이 드나들지만 때를 어기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가 머무르고 있는 동산의 이름이 ‘보장엄(普莊嚴)’인 것은 현실세계의 생사의 바다가 그대로 날마다 살아가는 터전인 동산(園)으로서, 그 속에서 끝이 없는 자비행을 베풀어 시방세계의 중생바다를 깨끗이 장엄하여 부처의 바다를 성취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지식의 이름이 휴사(범어로 원을 이룬다고 하는 의미)인 것은 스스로 본원(本願)을 원만하게 하여 생사의 중생바다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자비행을 성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지식의 역할이 자비심이 많은 여성의 이미지에 어울리기 때문에 우바이로 나타내었다고 생각된다.
휴사 우바이가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설법에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그는 현실세계의 생사의 바다 속에 있으면서도 항상 시방의 부처님들을 만나 뵙고, 설법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팔만사천억 나유타나 되는 대중들을 데리고 항상 보장엄동산에서 함께 거처하고 있다고 하는 것도, 중생세계의 팔만사천억 나유타나 되는 모든 번뇌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것을 다스리고 바르게 인도해 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보거나 가까이 하는 이는 모두 이익을 얻게 되고, 위없는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휴사 우바이는 자기는 과거 무수한 겁 동안 헤아릴 수도 없이 생을 되풀이하면서 무량한 부처님을 공경, 공양하고 불법을 수지해 왔으며, 보살의 도라고 하는 것은 한량이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법하였다.
“선남자여, 보살은 일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보리심을 내는 것이며, 일체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기 위해, 일체 불국토를 장엄하기 위해, 일체불법을 수호하고 수지하기 위해, 일체의 큰 서원을 이루기 위해, 일체 중생의 번뇌를 끊기 위해, 일체 중생의 소원을 이루어 주기 위해 보리심을 내는 것이다”
이 법문을 들은 선재동자가 이 해탈의 이름을 묻자 휴사 우바이는 ‘근심없고 편안한 커다란 깃발(無憂安隱幢)’이라 하고, 나는 오직 이 한 가지 해탈만을 알 뿐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의 마음도 편치 못하고 남도 힘들게 하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자기도 편안하고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휴사 우바이처럼 편안케하고 많은 도움을 주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