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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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린 묘온 스튜어트 (上)
바하 음악을 화두로 주는 선사

“베토벤은 진정한 선 불교인입니다. 모든 고통과 슬픔을 초월했으니까요.”
미국 매서추세츠주 캠브리지시에 소재한 캠브리지불교회(Cambridge Buddhist Association). 초종파 사원인 이곳에서 여성들을 위한 장기 수련회를 개최했던 묘린 묘온 스튜어트(Maurine Myoon Stuart: 1922~1990) 법사는 제자들에게 바하의 음악을 화두로 내어주는 독특한 선 스승이었다. 그녀에게는 선(禪)과 음악의 경계가 따로 없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수행과 일상 생활의 경계가 따로 없었다. 생활 자체가 선이 되는 ‘평상심(平常心)’의 경지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스튜어트 법사는 그의 저서 <미묘한 소리(Subtle Sound: The Zen Teachings of Maurine Stuart)>에서 베토벤의 ‘장엄 미사곡’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베토벤은 가톨릭의 미사곡이라는 형식을 일단 채택한 뒤 그것을 뛰어넘었습니다. 그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는 곡의 모든 미세한 부분까지 다 파악하고 씨름해야만 했죠. 참선하는 수행자처럼 옛 교회 음악에 자신을 몰입시켰던 베토벤은 이후 그 형식을 초월하고 모두 내려놓았던(放下着) 것입니다. 베토벤이라는 인물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되살아난 ‘장엄 미사곡’은 모든 이에게 종교적 체험을 줄 수 있었던 거죠.”
스튜어트 법사가 즐겨 음악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은 것은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가르침으로 유명한 피아노 은사 나디아 블랑제르(Nadia Boulanger) 여사의 영향이 컸다. 이미 2차대전 이전에 세계 굴지의 교향악을 처음으로 지휘했던 그녀는, 모든 작곡가의 기법과 음악을 자유자재로 인용하며 연주기법과 음악을 가르쳤던 것이다.
스튜어트 법사의 독창적이면서 다양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선 수행에서도 나타났다. 그녀는 임제종 수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조동종 선사로부터도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선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종파 불교의 장점을 받아들여 수행과 의식에 사용하기도 했다.
1922년 캐나다에서 태어난 스튜어트는 미국인과 결혼해 세 명의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였다. 1949년 프랑스에서 선불교를 처음 접했던 그녀가 본격적인 참선을 시작한 것은 65년 뉴욕의 선학회(Zen Studies Society)에서였다. 이곳에 머물던 임제종의 에이노 노사를 비롯해 나카가와 소엔, 야스타니 노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선학회에서 수행한 지 5년만에 스튜어트 법사는 캠브리지시로 이사했다. 여기서 그녀는 캠브리지불교회를 이끌던 <동양철학 이야기(The Story of Oriental Philosophy)>의 저자, 엘지 미첼(Elsie Mitchell)을 만나게 된다. 스튜어트 법사는 1977년 임제종의 에이도 노사로부터 사미니계를 받고 수련생을 지도하다가, 1979년부터 미첼에 이어 캠브리지불교회를 이끌게 된다.
스튜어트 법사는 캠브리지불교회를 지도하기 시작한 지 3년만인 1982년, 소엔 나카가와 선사로부터 스승이라는 의미의 ‘노사(老師, roshi)’ 호칭을 받는 전계식을 갖게 되었다.(계속)
김재경 기자
200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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