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불행은 자신의 책임
‘잘 되면 내 탓, 잘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은 얼마나 진실일까? 선재는 이 어이없는 말이 그저 농담처럼 내뱉는 자조섞인 말이라고 생각해왔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조상에게 탓을 돌리며 스스로 위안 받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사건 소식을 듣고는 이 말의 현실성을 새삼 절감했다.
남편보다 늦게 입사한 회사 동료가 먼저 승진한 데 앙심을 품고 그 사람은 물론, 그 자녀가 다니는 학교 교장, 회사 대표 등 50여 명에게 지난 6년 간 1,000여 통의 협박 편지를 보낸 어떤 부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 사람을 해고하지 않으면 회사를 폭파하겠다”거나 “패륜아의 아들을 교육하지 말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탄저균 때문에 세계가 공포에 떨 때에는 밀가루를 넣어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한 일일까? 아무리 남편을 사랑한다 해도 엉뚱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바른 사랑이라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승진이라는 것이 입사 순서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고 남편이 승진에 누락된 것도 이유가 있을텐데 이런 사정은 완전히 잊혀져 버렸다. 올바르지 않은 인과 관계를 믿는 일이 바로 미신(迷信)이다. 엄연한 인과의 도리를 무시하고 미신에 빠진 이 부인은 잘못된 판단과 그에 따른 잘못된 업으로 또 다른 고통의 과보를 만들었다.
“일체중생은 아견(我見)을 의지하여 그릇 분별하고, 그릇된 분별은 곧 미혹이므로 업을 짓고, 업을 지으므로 해탈하지 못한다” <법화경>의 말씀이다. 업은 우리의 의지에 의하여 행복과 불행의 두 갈래 길을 선택할 뿐이다. 업의 법칙을 바로 알기 위한 필수조건은 먼저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자기 자신의 책임하에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나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겠다는 바른 의지가 아쉽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