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진 (취재1부 기자)
최근 보조사상연구원을 두고 작은 소동이 있었다. 연구실장 인경 스님이 자리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잠시 떠돈 것이다. 연구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10년 넘게 비어있는 연구원장을 모셔오고, 상임 연구원이나 재정 확충 등의 문제를 하루빨리 풀어야 되지 않느냐는 스님의 뜻이 와전된 것이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사찰 설립 연구소(원)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그 여운은 길었다.
보조사상연구원은 보조지눌 사상 연구의 한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례 발표회 형식의 연구와 토론의 장을 처음 도입해 불교학 연구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송광사나 법련사의 재정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한두 사람의 원력만으로 운영되면서도 이만큼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사찰이나 문중에서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연구소(원)는 대략 10곳 정도 되지만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몇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사찰 소임자가 바뀌면 재정 지원이 끊기기 일쑤고, 개인이 주머니를 털어 근근이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 재정확보가 어렵다 보니 견실하던 연구소도 ‘주먹구구식’ 운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이 세계 불교학계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데는 각 종파에서 설립한 불교 연구소가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누가 소임을 맡아도 연구소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는 것이 곧 한국 불교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