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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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스님
공군법당 낙성식 참석서 첫인연
보문선원 세우고 무료급식 봉사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전후해 동자승들의 절 생활 모습이 TV에서 방영되었다. 예불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서툰 솜씨로 승복을 입는 앙증맞은 모습이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동자승의 해맑은 순수함으로 포교와 복지의 길을 걸어가는 스님이 성광스님이다.
성광을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송탄 지산사 주지로 있을 때인 93년 가을이다. 부잣집 도련님 같은 단아한 인상의 젊은 스님이 찾아왔다.
“오산 공군기지 군법사 성광입니다. 군법당을 새로 짓고 낙성법회를 봉행하려 하니 참석해 주십시오.”
미군기지내 나즈막한 언덕에 지어진 절은 100평 정도의 큰법당과 어린이 법회용 작은법당, 그리고 80평 규모의 요사채로 이뤄져 있었다. 낙성법회 후 의기투합한 성광과 나는 지산사와 공군기지 불자들의 합동 보살계 수계식을 봉행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성광을 ‘조계종의 꿈나무’라 부르며 가장 아끼는 후배로 삼게 되었다. 어느 날 기지 앞을 걸어가는데 경적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 성광이다. 평소 승복만을 고집하던 그가 그날은 군복 정장차림이었다.
“덕혜스님, 나 오늘 대위로 진급했어요.”
진급 후 성광은 진주교육사령부 군법당으로 내려가고 나도 목포 유달산 달성사 주지로 부임하게 되어 목포와 진주를 오가며 우리의 만남은 이어졌다.
훈련병 수계식을 해달라는 성광의 전화를 받고, 군법당에 들어서니 육백여명의 장병들이 법당 뒤 통로까지 빼꼭히 앉거나 서 있다. 인례를 따라 삼보에 귀의할 것을 서약한 장병 한 사람 한사람에게 연비를 해 주는데, 이들이 성광스님의 ‘포교원력’이라는 토양에서 자라난 불법의 새싹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왔다. 어느 큰 스님인들 수백명의 젊은이를 단숨에 불법에 귀의시키기가 쉬운 일이겠는가.
흔히 군대를 ‘포교의 황금어장’이라 말하면서도 종단과 불자들의 관심부족은 여전한 것 같다. 포교는 원력과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장기적 투자다. 근래 조계종 포교원에서 의욕적으로 군 포교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직도 여건은 척박하기만 하다.
120여명의 군법사들이 350개가 넘는 군법당을 관리하며 헌신적으로 뛰고 있음을 생각할 때, 종단과 스님들이 군포교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방안을 적극 모색했으면 한다. 가령 분담금에 사찰 규모에 맞춰 군불교 진흥기금을 포함시킨다거나, 군법사가 부족한 전방의 법당은 인근 스님들에게 법회를 주관토록 하거나, 사찰과 군법당의 자매결연 확대, 제대하는 군불자를 조계종 청년회나 신도회를 끌어들이는 시스템 만들기 등이 그것이다.
서울 보라매법당 주지법사로 부임한 후부터의 성광은 어머니 장보살님과의 합동작전을 펼치게 된다. 보라매공원을 배회하는 노숙자와 노인들에게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무료급식을 실시한 것이다. 포교에서 복지로 시선이 옮겨간 것이다.
이후 성광과 장보살님은 제기동 집을 ‘보문선원’이라 이름붙이고 본격적으로 무료급식을 시작하게 된다. 무료급식을 위해 이백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운용하고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의 지원하에 하루 2~3백명의 홈리스족,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이웃, 독거 노인들에게 점심공양을 드리게 된다. 몇 년동안 꾸준히 이어오던 무료급식이 장보살님의 건강악화로 인하여 근래 중단된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빨리 건강해지시기를 부처님전에 축원드린다.
성광은 명예도 재물도 지위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권위도 가식도 없는 본래의 편안한 모습속에 스스로 즐거워 한다.
어느날 그런 성광이 걱정되어 한마디 했다. “남들은 중노릇 몇 년 하면 벌써부터 주지 할 생각을 하는 등 자기 살 궁리를 하는데 스님도 힘있을 때 머물 곳이라도 하나 장만해. 그렇게 살다 늙으면 어떡할거야?”
그러자 성광은 피식 웃었다.
<금강경>에 보면 ‘무아(無我)의 진리에 통달한 사람을 참된 보살이라 부른다.’는 구절이 있다. 성광은 자신을 철저히 비움으로 무욕(無慾)의 순수함에 이른 보살의 참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서울 정법사 주지
200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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