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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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비구의 법문
반야의 지혜 얻어 증득된 경지 드러내
자비, 공덕 충만 장애없이 자유자재 활동

선재동자는 해탈장자의 가르침대로 해당(海幢)비구를 찾아 점차 남방으로 나아갔다. 염부제 경계선인 마리(摩利)마을에 이르러 해당비구를 찾아보니, 그는 경행(經行)하는 길가에서 가부좌하고 삼매에 들어 있었다. 숨도 쉬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깊은 삼매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선재동자가 이러한 해당비구의 모습을 보고 있는데, 부사의한 광경들이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해당비구의 발바닥에서 수없이 많은 장자 거사 바라문들이 나오는데, 갖가지 장신구로 장엄하고 시방의 모든 세계로 가서, 여러 가지 보배 의복 음식 꽃 향 등을 베풀어서 여러 곳에서 빈궁한 중생을 구제하여 주고, 또 마음을 청정히 하여 깨달음의 도를 성취하도록 하였다. 또한 두 무릎에서는 수없는 찰제리와 바라문들이 나와 시방세계에 두루 퍼져 중생들의 고통을 없애주고 쾌락하게 하며 또 방편을 써서 나쁜 짓을 버리고 선한 법에 머물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허리에서는 수없는 신선들이, 두 옆구리에서는 부사의한 용과 부사의한 용녀를, 가슴에서는 수없는 아수라왕을, 등에서는 무수한 성문과 독각을, 두 여래에서는 수없는 야차왕과 나찰왕을, 배에서는 수없는 긴나라왕을, 얼굴에서는 수없는 전륜성왕을, 두 눈에서는 수없는 해를, 미간백호에서는 수없는 제석을, 이마에서는 수없는 범천(梵天)을, 머리 위에서는 무수한 보살대중을, 정수리로부터는 수없는 여래의 몸이 나와 제각기 법계를 장엄하며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을 교화하고 이롭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해당비구는 그 몸에 있는 모든 털구멍마다 각각 무수한 광명 그물을 내고, 낱낱 광명 그물마다 셀 수도 없는 빛깔, 장엄, 경계, 사업을 갖추어서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하였다. 해당비구가 깊은 삼매에 들어 있으면서 이러한 광경들을 나타내 보인다고 하는 것은 진실로 부사의하다. 그러면 과연 어떻게 해서 이러한 일이 일너날 수 있을까?
해당비구가 나타내 보인 광경들은 반야의 지혜를 얻어서 비로소 증득된 삼매의 경지를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당비구는 깊은 선정 삼매에 들어 있기 때문에 어떠한 번뇌도 없고 지혜가 밝아 일체의 것을 아무런 장애가 없이 보고 알 수 있다. 지혜를 갖춘 해당비구의 마음은 무량한 자비심과 공덕으로 충만해 있어서, 그 마음으로부터 아무런 막힘이나 장애가 없이 자유자재하게 중생들을 위한 자비로운 활동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삼매 속에 들어가 있는 해당비구의 발바닥에서부터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온 몸에서 무수한 인간의 무리와 호법신중 그리고 불보살이 나와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교화하였다고 하는 내용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비구가 그 몸에 있는 모든 털구멍마다 낱낱이 무수한 광명 그물을 내고, 낱낱 광명 그물마다 무수한 빛깔, 장엄, 경계, 사업을 갖추어서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하였다고 한 것도 이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해당비구를 관찰하면서 그 삼매의 해탈을 생각하고, 그 부사의하게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방편바다를 생각하고, 법계를 장엄하는 청정한 지혜를 생각하였다. 선재동자가 이렇게 서서 관찰하기를 여섯 달을 지내고 또 엿새를 지낸 뒤에 해당비구는 삼매에서 나왔다.
선재동자는 해당비구의 삼매를 찬탄하며 그 삼매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해당비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의 이름은 ‘보안사득(普眼捨得: 모든 것을 두루 널리 관찰하매 아무런 장애가 없이 모든 이치를 증득함)’이라고도 하고, ‘청정광명반야바라밀경계’(청정한 지혜 광명에 의해 어떠한 장애도 받지 않음)이라고도 하며, ‘청정장엄보문’(일체의 경계에서 두루 널리 덕을 베풀어 법계를 장엄함)이라고도 한다. 나는 반야바라밀을 닦았기 때문에 이 삼매를 얻었는데, 이 삼매를 얻을 때는 곧 백만 아승지 삼매를 얻게 되느니라.”
이러한 해당비구의 대답을 통해서도 이 삼매의 경지가 반야의 지혜를 얻어서 증득된 경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비구는 다시 선재동자에게 말한다.
“선남자여, 이 삼매에 들 때에는 모든 세계를 아는, 모든 세계에 가는, 모든 세계를 초과하는, 모든 세계를 장엄하는, 모든 부처님을 보는, 모든 부처님의 공덕바다에 들어가는 데에 등등 아무런 장애가 없다.”
자기를 찾아온 선재동자에게 삼매의 부사의한 경계를 보이고, 또 이렇게 삼매의 한량없는 공덕을 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삼매는 바로 지혜의 경계이다. 그러므로 부사의한 경계를 나타내고 무량한 공덕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지혜이다. 해당비구는 일체의 선법(善法)이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지혜 때문이며, 진실한 지혜만이 깨달음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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