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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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법안
연기만 보고 소화기 들이대겠다고?

불교 나름의 인식론을 펼치고 있는 다르마키르티(法稱)의 ‘프라마나 바르티카(量評釋)’에서는 바른 지식으로 ‘직접 지각(量)’과 ‘추리(比量)’를 든다. 세간에 살면서 세상을 바르게 알 수 있는 수단은 직접 느끼는 일과 생각으로 아는 일이라는 말이다. 이 중 추리는 직접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의 인과를 살펴서 미루어 짐작하는 일을 말한다. 연기를 보고서 불이 났음을 아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생기게 된 사상적 배경에 유식학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다르마키르티가 말하는 바른 지식은 어디까지나 세간의 지식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보고서 불이 났음을 아는 일과 성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유식에서는 세상을 지각하는 일이 결국 자신의 식(識)을 다시 보는 것이라고까지 설한다.
우리의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청한 바로 그 날, 일본은 ‘유사법안’으로 뭉뚱그려 부르는 3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남의 나라 국방 문제에 대해서 선재가 왈가왈부할 의도는 털끝만큼도 없다. 선재가 걱정하는 것은 ‘무력공격사태 대처법안’ 안에 담긴 “무력공격사태 및 무력공격 예측사태에서 정부는 ‘대응기본방침’을 정해 조치를 취한다”는 대목이다.
일본이 국방을 강화하면서 무력을 거론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북한을 염두에 두었다는 의미이고, 조금만 더 생각하면 우리도 그 대상이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무력공격 예측사태’라니? 연기만 보고 불이 났다고 소화기를 들이대겠다는 말 아닌가? 군불을 때고 있는 연기일 수도 있고 밥 짓는 연기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미국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생떼를 쓰다가 요즘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몰리고 있다. 무력공격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를 공격한다는 발상은 세간의 바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추리도 못된다. 제 눈을 비벼서 생긴 헛꽃(空華)을 잡겠다고 하다가 제 눈을 때리는 수가 많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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