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5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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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입법계품 <24>
해탈 장자의 법문

미가로부터 남쪽의 주림(住林)이라고 하는 마을에 있는 해탈장자를 찾아가서 법을 물으라는 가르침을 받고, 선재동자는 그를 찾아 나섰다. 그를 찾아 길을 가면서도 선재동자는 법문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보살의 경계를 항상 생각하였다. 그래서 서원이 견고해서 고달파하는 생각이 없고, 깨뜨릴 수 없는 신심을 갖추었으며, 몸과 마음이 불법을 떠나지 않았다.
선재동자는 12년 동안을 걸어서 마침내 주림성(住林城)에 이르러 해탈장자를 찾았다. 그리하여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그에게 고백한다.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는데, 모든 부처님을 섬기고 만나 뵈옵고자 합니다. 모든 부처님의 큰 서원을 내고 그것을 만족시키려고 합니다. 모든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갖추고자 하며 모든 부처님의 여러 가지 행을 이루고자 합니다. 또한 모든 보살의 수행을 성취하고자 하며,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시켜 모두 궁극의 경지에 이르게 하고자 합니다. 거룩하신 분이여, 저는 이러한 마음과 뜻으로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원하옵건대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 저에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이 때에 해탈장자는 ‘모든 부처의 세계를 거두어 들여서 끝이 없이 회전시키는 다라니(普攝一切佛刹無邊旋陀羅尼)’라고 하는 삼매에 들어갔다. 해탈장자는 이 삼매에 들어감으로 인해서 청정한 몸을 얻었다. 그리고 그 몸속에서 모든 부처님과 그 국토 그리고 무수한 부처님의 갖가지 모습과 행적을 아무런 장애가 없이 볼 수 있었다. 저 여래께서는 갖가지 대중의 모임, 세간, 태어나는 길, 가족, 욕망, 업, 말, 근성, 번뇌와 버릇을 가진 중생들 가운데에서 작은 도량에 있기도 하고 넓은 도량에 있기도 하면서 갖가지 신통, 말, 음성, 법문, 총지문, 변재의 문으로써 여러 가지 불법을 말하였다.
선재동자는 해탈장자가 자신의 몸속에서 나타내 보인 이 모든 여래의 가르침을 듣고 몸에 지닐 수 있었고, 부처님들과 보살들의 부사의한 삼매와 신통변화도 볼 수가 있었다.
이 때 해탈장자가 삼매에서 일어나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여래의 걸림 없는 장엄해탈문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나는 삼매 속에서 시방에 계시는 부처님과 그 도량에 모인 대중들을 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 부처님들이 여기에 오신 것도 아니고, 내가 거기에 간 것도 아니다. 나는 안락세계의 아미타여래를 뵈오려 하면 어느 때나 마음대로 볼 수가 있고, 시방 세계의 모든 부처님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저 부처님이 이곳에 오시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이 그 곳에 가는 것도 아니다. 모든 부처님이나 나의 마음이 모두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메아리와 같아서 실체가 없고 모두 공한 것이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알아야 한다. 보살은 자기의 마음으로 말미암아 불법을 닦아 부처님 세계를 청정케 하며, 묘한 행을 쌓아 중생을 조복시키며, 큰 서원을 내기도 하고, 온갖 지혜에 들어가 자재하게 유희하며, 부사의한 해탈문으로 부처의 보리를 얻으며, 큰 신통을 나타내고,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 가는 것이다.”
이것이 선재동자가 모든 부처님을 만나 뵙고 자신의 몸으로 부처님의 경계를 실현해서 나타내 보이고 싶다면서, 가르침을 청한 것에 대한 해탈장자의 대답이다.
부처님이라고 하는 존재는 특정한 모습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연을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에도 장애받지 않는 자유자재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모습과 경계를 무궁무진하게 지어서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해탈장자가 삼매에 들었을 때, 그 삼매의 힘에 의해 청정한 몸을 얻고 그 몸속에서 시방세계의 티끌 수의 부처님이 출현하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처의 경계와 마음의 경계는 결코 둘이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나 마음을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 바로 스스로 부처의 모습을 짓고 부처의 경계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탈장자는 다음과 같이 선재동자에게 당부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착한 법으로 자기의 마음을 지탱하며, 진리의 물(法水)로 자기의 마음을 윤택하게 하며, 모든 경계에서 자기의 마음을 깨끗이 다스려라. 꾸준히 노력함으로써 자기의 마음을 굳게 하며, 참음으로써 자기의 마음을 평탄게 하며, 지혜를 중득하여 자기의 마음을 결백하게 하며, 지혜로써 자기의 마음을 명랑하게 하라. 부처의 자재함으로 자기의 마음을 개발하며, 부처의 평등으로 자기의 마음을 너그럽게 하며, 부처의 열가지 함으로 자기의 마음을 비추어 살펴야 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러한 여래의 걸림없는 장엄해탈문에 드나들 뿐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
200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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