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1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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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과 미군
미선·효순이 잊혀지는가?

기념일 많던 5월이 가정의 달인 것처럼, 뭔가 기념할 일이 많은 6월에도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6일은 현충일, 10일은 6·10 항쟁일, 25일은 한국전쟁일, 29일은 6·29 선언일 등 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연관된 역사적 사건들이 6월에는 들어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날이 하루 더 있다. 바로 2002년 6월 13일이다. 지난 월드컵 대회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포르투갈을 물리치고 16강에 합류한 6월 14일의 하루 전이다. 시청 앞 광장을 빨간 함성으로 뒤덮고 난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손에 촛불을 쥐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던 날이다. 미선이와 효순이를 기억하는가?
응원의 함성 속에서 두 여중생이 미군 궤도차에 숨진 지 1년이 지났다. 2002년의 마지막을 촛불로 물들이고 또 그런 마음으로 새로운 대통령까지 뽑았지만 달라진 그의 언행처럼 언제 그랬나 싶게 조용하다. 과연 1년 동안 미군은 얼마나 달라진 걸까?
불교가 깨달음을 구하도록 하는 가르침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보다 번뇌에 대한 이야기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선재는 처음에 무척 의아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많은 번뇌들을 조금씩 만날 때마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는 일의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선재는 스승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탄해야 했다. 고통 투성이인 현실을 살아가는 중생에게는 번뇌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깨달음에 대한 설명만큼이나 중요했다. 묶이고(繫, 縛) 묶여서(結) 시키는 대로(使) 끌려다니다 보면 선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소중한 것들도 잃어버리고(漏) 결국 괴로움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번뇌의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끊기 어려우니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뜻일 게다. 미선이와 효순이 사건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주한 미군을 증강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연일 방송에서는 북한 핵으로 위협하는 미국의 성명이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호국보훈의 달에 역시 별로 달라진 것은 없이 숨어 있던(隨) 번뇌만 늘어났다.
■최원섭(성철선사상연구원 연학실)
200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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