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법 설해 환희심, 해탈 얻게 해
중생들의 말 모두 분별해 진리 설명

선재 동자는 선주 비구로부터 ‘드라비다’라고 하는 나라의 자재성(自在城)에 있는 미가(彌伽)를 찾아가서 보살행을 물으라는 가르침을 받고 그를 찾아갔다. 자재성에 이르러 보니 미가는 시장 가운데에서 법좌(法座)에 앉아 일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윤자장엄법문(輪字莊嚴法門)을 연설하고 있었다. 윤자장엄법문이란 언어와 문자를 마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자유롭고도 훌륭하게 구사하여 교법을 설하는 것을 말한다. 미가는 세속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세속의 번뇌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세간의 기예와 문자를 훌륭하게 닦고 갖추어서 그것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법문을 설하여 해탈을 얻게 하고 있다.
선재 동자는 그에게 법을 설하여 주기를 청하였다. 이에 미가는 선재 동자에게 새삼스럽게 무상보리심을 이미 내었는지를 묻자, 선재 동자가 그렇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미가는 문득 법좌에서 내려와 선재동자에게 오체투지로 예경하고, 갖가지 공양거리로 공양하며 선재 동자가 무상보리심을 낸 것을 칭찬하였다.
법을 물으러 찾아온 제자에게 스승이 도리어 오체투지로써 예경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가가 선재 동자가 보리심을 이미 내었다고 하는 것을 듣고 그에게 예경한 것은 보리심은 성불할 수 있는 인(因)이고, 진정으로 보리심을 일으킨다고 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보리심을 일으킨 사람은 법기(法器)가 되기 때문에 초보의 수행자라고 할지라도 공경을 받을 만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미가의 태도를 통해서 아만심(我慢心)을 버리며 보살행을 행하는 자세와 함께 제자를 진정으로 격려하고 지도하는 스승으로서의 자세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선재 동자의 물음에 미가가 대답하고 있는 내용은 주로 보리심이라고 하는 것의 힘과 덕(德)에 관한 것이다. 그는 먼저 보리심의 힘에 대해서 이렇게 설하고 있다.
“보리심을 낸 사람은 모든 부처의 종자를 끊어지지 않게 하고, 모든 부처의 세계를 깨끗하게 장엄한다. 모든 중생을 성숙케 하고 모든 법의 성품을 통달하게 한다. 모든 행을 원만케 하고, 모든 서원을 끊어지지 않게 한다. …또한 모든 중생세계를 편안케 하나니 나쁜 길을 버리게 하고, 어려운 데에서 벗어나게 하며, 모든 가난의 근본을 끊게 하는 까닭이다.”
이어서 미가는 보리심에 바탕을 두고 살아가는 보살의 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한다.
“보살은 모든 중생의 믿을 곳이 되나니 중생을 키우고 성취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중생을 건지는 사람이 되니, 여러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중생이 의지할 곳이니 세간을 수호하기 때문이다. 모든 중생을 구호하는 사람이 되나니, 그들의 공포심을 면하게 하기 때문이다. …뱃사공과 같으니 진리의 바다에 나루를 보여 그리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다리와 같나니 생사의 흐름을 건너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리심의 힘과 덕에 대해 설하면서 미가는 보리심을 일으킨 선재 동자를 찬탄하며 여러 보살들도 기쁘게 하였다. 그리고 미가가 얼굴에서 여러가지 광명을 놓아서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니, 그 가운데 있는 중생들이 이 광명을 만나고는 모두 미가가 있는 곳으로 모여 들었다. 미가 대사(大士)가 이들에게 윤자품장엄법문(輪字品莊嚴法門)을 연설하고 분별 해석하니 저 중생들이 그것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이와 같이 미가는 다양한 중생들을 상대로 하여 그들에게 알맞은 갖가지 법을 설하여 환희심을 내게 하고 해탈을 얻게 한다.
미가가 다시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이미 묘한 음성다라니를 얻었으므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들의 말을 모두 분별하여 알 수 있다. 나는 다만 이 보살들의 묘한 음성다라니광명법문만을 알 뿐이고, 저 여러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중생의 여러가지 경계에 두루 들어가는 공덕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미가가 터득하고 있는 법은 세속의 여러 중생들의 언어에 통달해 있는 것이다. 언어는 중생들이 서로 교감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중생들 상호간의 세속생활은 기본적으로 언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가는 묘음(妙音)다라니를 성취하여 모든 중생들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생들의 여러 가지 모습에 따라 진리를 설명하기 위해 시설된 모든 수단 즉 문자, 언어, 문장 등 모든 것에 통달해 있는 것이다. 그리하며 이들을 활용하여 모든 경우에 적절하고도 진실하며 아름다운 언어로써 법을 설하기 때문에, 그 가르침에 따라서 수행하면 반드시 모든 장애를 없애고 해탈을 얻게 되며 깨달음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