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주거문제, 불교계 후원 절실
최근 노숙자가 다시 늘기 시작한 가운데 불교계의 노숙자 복지에 대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정책위원회가 ‘노숙인 복지와 불교의 역할’이란 주제로 5월 23일 개최한 제2차 정책토론회에서도 지난 98년 IMF 사태 이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노숙자 문제의 현실과 이에 대한 불교계의 역할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편집자>
▧ 조성준(노숙자대책 종교협 간사)
실무자, ‘수행자’아닌 ‘실천가’돼야
‘노숙인 보호사업’이란 영역에서 실무자로 활동한지 5년째다. 사실 그간 ‘노숙인 복지’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지난 98년 국가부도 사태 이후 정부와 민간복지 단체들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노숙인 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당시의 노숙인들의 처참한 모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완화되거나 숨겨진 것뿐이다.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무자들의 노력은 부단히 이어져 왔지만 현장 실무자들도 지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고된 근무환경, 자기비전의 부재, 정체성 상실, 답답한 현실 등의 이유로 하나둘씩 이곳에서 떠났다. 특히 경제문제와 근무환경이 실무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는 ‘노숙인 복지의 실무자’가 아닌 ‘노숙인 복지사업 종사원’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탓이다.
노숙인 복지는 ‘사업’이 아니다. 노숙인을 위해 현장에서 몸소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갈림길에 서 있는 정부의 노숙인 보호사업이 ‘노숙인 복지’를 실천을 뜻하는지, 아님 ‘노숙인 복지사업’을 의미하는지, 현장 실무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부는 기존의 사회복지 시스템과 같은 ‘노숙인 복지사업’의 제도화로의 제도화를 선호하고 있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노숙인 복지’를 실천하는 활동가가 돼야 한다고 본다.
▧ 김도진(구세군 충정로 사랑방 총무)
재활·자활 사업등의 프로그램 필요
구세군의 실직노숙자 사업은 1998년 정동 다일사 개설을 시작으로 전개됐다. 이후 구세군은 일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실직자와 실직노숙자들을 위해 쉼터와 상담센터, 자활의 집, 무료급식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숙소와 식사 제공, 취업정보 지원,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의료 및 사회적 재활을 위한 정신교육 등이다.
취업 상담은 중소기업청, 노동부, 각 기업체의 취업 정보를 수집해 제공하고 있다. 또 사설 직업 교육 훈련기관, 구청 등 관공서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상담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전담돼, 개별·집단ㆍ의료ㆍ귀가 및 귀향ㆍ심리 등의 상담을 통해 이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있다.
구세군이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재활 및 자활사업이다. 이 사업은 알코올 상담, 대인관계 상담 등의 재활사업과 금전관리, 창업 지원 등의 자활사업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자활센터는 재교육 정보 제공, 건설 인력 시장 확보, 서대문고용알선센터와 자재결연, 후원처 개발 등의 프로그램들로 운영되고 있다. 또 자립의욕이 있는 노숙자에게는 ‘붕어빵 창업’ 등 소규모 사업을 벌일 수 있게 경제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구세군은 이를 위해 ‘구세군 자활 노점 창업’ 프로그램 15개를 개발해,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 최윤숙(경불련 아침을 여는 집 상담실장)
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인식 중요
서구 사회는 노숙인의 문제 핵심을 주거문제로 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불교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불교계의 노숙인 복지는 쉼터 중심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 이제부터는 노숙인의 문제를 ‘주거문제’로 인식하고, 다양한 지원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사회적 편견이다. 두려움과 공포 등의 감정일 거라는 편견의 뿌리는 약자들인 이들 노숙인들을 멸시하고 공격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노숙인들은 ‘일하지 않는 사람’이란 시선이 문제다. 이는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한계라 할 수 있다. 불교계도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2002년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의 취업상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노숙자 중 1,129명(69%)이 일용직, 임시직 등으로 취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현실에서 불교계의 역할은 중요하다. 우선 노숙인 복지를 위해 사찰과 불자들의 후원이 절실하다. 이는 불교계 노숙인 복지단체들이 사업방향을 정하고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도 정작 열악한 후원구조로 한계에 부딪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사찰이 지역사회에서 노숙인에게 관심을 갖고 불법을 전파해야 한다. 특히 불교계는 노숙인 문제의 핵심은 주거문제임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