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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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종교의 조건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요즈음 또 한 사교 집단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미치려면 곱게 미치지…. 그런 것이 종교라고 할 수 있나? 그런 것을 종교라고 믿는 사람들은 정말 어떻게 된 사람들이야?”
그러나 그렇게 쉽게 말할 일이 아니다. 바로 당신이 그러한 터무니없는 사교의 광신자가 될 수 있다.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변하는 세상에서 내일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을 안고 있지는 않은가? 병이라든가 경제적 문제 등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당하여, 이 모든 고통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묘수를 밤낮으로 갈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한 많은 사람들 가운데 당신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로또’ 열풍을 보라. 당신도 당첨되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고 편하게 살고픈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은 없는가?
그렇다! 사교가 번지는 토양은 바로 거기다. 이 끊임없는 불안과 고통을, 힘 안들이고 한번에 날릴 수 있는 묘수를 갈구하는 마음이 사교의 뿌리이다. 자신의 정당한 노력에 의지하지 않고도, 차근차근 쌓아가는 지루한 세월을 보내지 않아도, 이것을 믿기만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유혹. 쉽게 뿌리칠 수 있다고 말하지 말자. 더구나 급하고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즉석의 효험을 보이는 기적 비슷한 체험을 사교가 준다고 하면….
사교에서 벌이는 짓이 모두 사기라고 말할 수도 없다. 모진 병에 걸렸던 사람이 사교를 믿고 낫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본디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기에, 마음이 한군데 모이고 안정되면 기적과도 같은 치유력을 보일 수 있다. 쥐에게 물렸을 때 “만석!”하고 외치면 정말 만석꾼 부자가 된다는 말도 있다. 쥐에게 물리는 펄쩍 뛸 상황에도 “만석!”을 외칠 만큼 부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면 왜 부자가 안 되겠는가?
문제는 사교가 그런 것들을 통해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건강한 상식을 무시하는 병든 정신으로 이끈다는 데 있다. 건강한 종교라는 것은, 일반인의 가장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더라도 차츰 보다 높고 열린 경지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위로 열린 통로가 막혀버리면 모든 종교가 사교로 된다. 불교는 업(業)의 사상과 완전한 대자유인 해탈(解脫)의 가르침을 통해, 기독교는 신의 뜻에 따르는 존재가 되라는 가르침을 통해 오히려 저열한 욕망의 추구를 뛰어넘게 이끌어 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터무니없는 사교의 끔찍한 범죄를 개탄하기 이전에 종교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만 한다. 사람들의 가장 간절한 소망을 섭수하면서 항상 보다 크고 높은 경지로 그들을 이끄는, 그러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걱정이 되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거대 종교의 말단에는 사교라고까지는 아니라고 위안해서는 안 될, 한 걸음만 나가면 사교로 변질될 독버섯과 같은 요소들이 도처에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차하면 사교로 달려갈 준비가 될 정도로 불안과 고통에 헤매는 사람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근본을 치유하는 종교, 그러한 이들의 고통에 항상 따뜻한 손을 내밀어 그들을 고통에서 건져주는 종교, 그러면서 그들을 보다 높고 열린 세계로 이끄는 건강한 종교가 우리 사회를 이끌도록 종교인들이, 종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0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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