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1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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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7)
통도사의 세 영역

영취산 자락에 포근하게 자리 잡은 통도사. 자장율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던 인도의 영취산을 신라 땅에 구현하고자, ‘이 산이 인도의 영취산과 통한다’는 뜻의 통도사를 건립하였다. S자형으로 구비치는 계곡을 왼쪽에 끼고 산 위를 향해 길게 자리 잡은 통도사는 언뜻 그 배치가 복잡해 보이는데, 다행히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상로전·중로전·하로전의 세 영역으로 분별하여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석파(石坡) 대원군(大院君)이 힘찬 대자(大字)로 쓴 ‘영취산통도사(靈鷲山 通度寺)’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일주문을 들어서면 곧바로 천왕문이 보인다. 구비치는 계곡의 지세처럼 약간 휘어진 길을 따라 천왕문에 다다르면 첫 번째 영역인 석가모니불의 공간이 펼쳐진다. 북쪽에는 석가모니불이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장면에서 이름을 딴 영산전이 자리 잡고 있고, 오른쪽에 극락보전과 왼쪽에 약사전이 이를 호위하고 있다. 이 구역은 석가삼세불(釋迦三世佛)의 형식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불상이나 불화를 삼세불로 나타낸 경우는 있어도 건물로 보여준 것은 매우 드문 예이다. 그 앞에는 강당인 만세루가 막아서고 있어 전체적으로 ‘ㅁ’자의 공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다시 구역을 나누고 진리를 상징하는 불이문을 들어서면 두 번째 영역을 만나게 된다. 이 영역은 석가모니불의 영역과 그 배치가 전혀 다르다. 북쪽의 맨 끝에 비로자나불을 봉안한 대광명전이 있고, 그 앞에 미륵불을 모신 용화전, 또 그 앞에 관음보살이 계시는 관음전이 줄지어 있다. 대광명전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용화전이며, 맨 앞의 관음전이 가장 작다. 마치 키 작은 순서대로 앞으로 나란히 하는 모양의 배치이다. 석가모니불의 영역이 ‘ㅁ’자형으로 안으로 모이는 형국이라면, 비로자나불의 영역은 ‘三’자형으로 밖으로 발산하는 모습이다.
마당 쪽으로 툭 튀어 나온 관음전은 자연스럽게 다음 영역과 나누는 경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앞을 지나면 바로 불사리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불사리의 영역은 통도사 창건과 관계되는 핵심공간이다. 통도사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진산사리를 모신 금강계단과 그 오른쪽에 창건설화에 등장하는 구룡지가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금강계단을 향해서 옆으로 길쭉하게 벽체를 개방하여 금강계단에 예배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하지만 이 건물의 외벽에는 각 방향마다 금강계단, 대웅전, 대방광전, 적멸보궁으로 각기 명칭이 다른 현판이 달려있다. 정면을 취하면서 정면을 부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쪽 방향에 얽매이지 않고 사방으로 열려있음을 상징한다. 정자각의 구조와 더불어 그 옆에 자장율사의 진영을 모신 건물의 입구도 삼문(三門)으로 되어 있어 조선후기에 유교건축이 사찰건축에 미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통도사의 중심을 이루는 세 영역. 그것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공간구성을 갖추고 있다. 이들 영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통도사의 다양한 건물군은 우리 건축의 보배로운 존재인 것이다.
■경주대 문화재학부
200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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